척추 수술 후 뒤늦게 척추염이 발생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려면 전후 조치와 감염의 연관성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척추 수술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김모 씨에게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2018년께 허리와 왼쪽 다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아 수술받았다. 퇴원 후 고열로 다른 병원에서 혈액검사 등을 했고 척추 내 경막상 농양으로 진단됐다. 그는 척추 수술로 인해 감염이 발생했다며 74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감염 예방 의무 위반 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고 2400여만원 배상을 결정했다. 김씨에게서 검출된 엔테로박터에어로게네스균은 병원 내에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수술 당시 의료진이 감염 예방을 위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척추 수술 뒤 병원에서 퇴원하기까지 별다른 감염 소견을 보이지 않았고, 원고의 다른 신체 부위에 있던 원인균이 혈류를 타고 수술 부위에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진료상 과실로 보이는 행위가 증명됐다면 그 과실이 원고의 감염증 등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병원 감염은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현대 의학 기술상 불가능하다”고 파기 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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