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관련 수사에서 데이터 분석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가상자산수사대응센터의 이정환·황현일 변호사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충분한 ‘팩트 파인딩’이 법리 분석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관련 사건의 혐의 성립 여부를 입증하는 과정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높은 기술적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올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 시행으로 당국의 규제가 강화됐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상거래 감시 의무화, 불공정거래 행위 형사처벌 가능 등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각각 가상자산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검찰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30여 명 규모의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가상자산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가상자산법 시행 후 3개월 만에 97건의 이상 거래 통보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불공정거래 이슈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상자산 범죄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 규모가 막대한 만큼 주범에 대한 구속 수사 등 조사 및 수사 강도도 매우 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자본시장국을 거친 황 변호사는 “수사 대응 단계에 이르면 대리인의 기술적 전문성에 따라 처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가상자산 관련 혐의에 대한 변론은 데이터 분석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시세 조종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조사 대상인 데이터와 나머지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인위적인 개입 흔적이 없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세종은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 30명이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로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가상자산위원회’ 출범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서 추가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와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황 변호사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 승인 등이 공론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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