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거래가 80%를 차지하는 코스닥시장에 이어 유가증권시장까지 수급 주체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우려로 개인들이 증시를 이탈하는 가운데 거래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개인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거래 규모(매수+매도)는 101조536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거래 규모(202조3484억원)의 50.2%에 달한다. 지난달 개인 매매 비중은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늘며 올해 처음 50% 이하(49.5%)로 내려갔지만, 이달엔 외국인 거래가 급감하며 다시 상승했다. 이달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 규모는 각각 60조7560억원(30%), 37조6726억원(18.6%)으로 개인에 크게 못 미쳤다.
증시 수급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 규모는 이미 지난달 연중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당시 이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0조4851억원어치, 73조6663억원어치를 사고팔았다. 올해 가장 거래가 많았던 7월 수치(141조2257억원·105조4037억원)에서 두 달 만에 21.8%, 30.1% 줄었다. 지난달 추석 연휴로 거래일이 5일 더 적었음을 감안해도 차이가 크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50위 기업에선 연기금과 투신권 비중이 15.5%, 3.5%에 불과하다”며 “수급 공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상반기 대비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모멘텀이 주춤해진 틈을 타 공매도 금지 조치 장기화와 글로벌 주도주 부재 영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공매도 금지 이후 삼성전자 낙폭을 지켜보면 외국인이 매수할 때 상승 폭보다 같은 금액을 매도할 때 하락 폭이 훨씬 컸다”며 “쇼트커버링(매도물량 회수)이 사라지며 증시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 랠리에 동참할 수 있는 우량 성장주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그나마 관련이 있는 반도체는 업황 사이클을 타고 있다”고 했다.
금투세 도입 우려가 개인 증시 이탈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올해 말엔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한 대주주 매도 물량이 예년 대비 적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고액 자산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