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 업체 델오로그룹은 올해를 기점으로 세계 곳곳에서 5G SA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서 5G SA 전환에 대한 논의와 투자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게 이 업체 보고서의 골자다. 예외는 한국이다. 대부분 업체가 5G SA보다 전 단계 기술인 ‘5G 비단독모드(NSA)’에 머물러 있다. 5G 기술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한국이 차세대 통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에선 관심 크지만…국내는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 중 5G SA 전국 상용망을 구축한 곳은 KT 한 곳뿐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5G NSA 기반으로 통신망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공장에 기업 간 거래(B2B)용으로 5G SA를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5G SA 전환 움직임이 활발한 데 비해 국내 통신업계는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에 따르면 5G를 상용화한 세계 300여 개 통신사 중 50여 곳이 5G SA를 구축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2월 기준 55개 통신사가 5G SA를 상용화했고, 이 외 많은 사업자가 시험 단계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5G SA는 기지국과 코어망 모두 5G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송수신과 인증·제어신호 처리가 모두 5G망에서 작동한다. 단말과 단말 사이 정보 전달이 매우 짧은 ‘초저지연’으로 반응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다. KT가 2021년 5G SA를 상용화한 것도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에서 ‘저전력 저지연’에 대한 수요가 더 늘 것으로 판단해서다. 반면 NSA는 5G와 4세대 이동통신(LTE)을 혼합 사용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6G로 가기 전 단계인 5G 어드밴스트를 실현하려면 5G SA 구축이 필수”라고 말했다. 5G 어드밴스트는 초연결 인프라 기술로 5G SA가 구현된 뒤 추진할 수 있다.
○“당장 실익 없다” 뒷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두 5G SA 전환을 위한 기술적 준비는 마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국내 통신 시장에서 SA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크지 않아 지켜보는 단계라는 게 두 회사의 공통된 설명이다.국내 통신망은 LTE 커버리지가 5G보다 넓다. 전국적으로 LTE망이 깔리지 않은 곳이 없다고 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선 5G 주파수와 LTE 주파수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NSA 방식이 이용자 체감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다. 수조원을 들여 할당받은 LTE용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통신사로선 손해일 수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의 체감 속도를 떨어뜨리면서까지 5G SA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 전송속도’ 경쟁을 유도하는 정부의 평가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송속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시행하는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가장 우선하는 지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차세대 기술이어도 정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으면서 추진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