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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조언 "기술 발전 모두 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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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와 사이먼 존슨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의 책이 주목받고 있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교수가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는 국가 간 빈부격차의 원인을 분석한 책으로, ‘21세기 고전’으로 여겨진다. 두 사람은 이후 <좁은 회랑>(2020)에서 번영하는 국가는 시민사회와 국가 권력이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제모을루·존슨 교수가 함께 펜을 든 <권력과 진보>(2023)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이 사회 전체의 진보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살핀다.
○제도가 국가의 빈부를 결정
“노갈레스 시는 담장으로 허리가 뚝 끊겨 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마치 소설을 연상하게 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장벽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멕시코로 구분되는 이 지역은 어느 국가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생활 모습이 극명하게 갈린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속한 지역은 전기, 도로망, 공중 보건, 법 등 국가로부터 받는 다양한 서비스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멕시코 소노라주의 노갈레스 주민은 높은 범죄율과 영아 사망률 등으로 시름한다.

지리와 기후, 조상 등이 대부분 동일한 이 둘의 차이를 가른 요인은 바로 제도다. 저자들은 국가 간 빈부격차는 각각의 경제 제도와 그 경제 제도를 결정짓는 정치 제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싹 터 가장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사유재산이 보호되고 자유로운 기회와 경쟁이 보장되는 포용적인 경제 제도 덕분이었다.

남한과 북한의 차이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사례로 등장한다. 오늘날 북한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하게 된 것은 포용적 제도와 반대되는 착취적 제도가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착취적 제도는 일부 개인과 집단에만 이익을 가져다주기에 경제활동을 자극할 만한 인센티브가 없다.
○국가와 거대 기업 권력 견제해야
그렇다면 한 국가는 어떤 과정을 거쳐 포용적 혹은 착취적 제도를 갖출까. 두 저자는 몇 년 뒤 출간한 <좁은 회랑>에서 국가 권력과 시민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뤘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고 주장한다. 회랑은 좁은 복도나 길고 폭이 가느다란 구역을 일컫는다.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적절하게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는 회랑에 들어가야 포용적 제도를 갖추고 번영할 수 있다고 한다.

좁은 회랑에서 튕겨 나오지 않기 위해선 국가가 너무 커져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팬데믹과 이익집단 간 갈등, 경기 침체 등 각종 사회문제가 쏟아지면 국가의 역할과 힘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들을 비롯한 여러 저명한 경제학자의 분석이다. 국가의 힘이 어떻게 쓰이는지 시민들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최신작인 <권력과 진보>는 권력과 기술의 문제를 다룬다. 이 책은 “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이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 것”이란 기존 통념에 반기를 든다. 기술 발전의 풍요는 자동으로 모두에게 공유되지 않는다. 과거 중세 유럽의 농업혁명은 당시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 농민에겐 부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중세 말 바닷길이 열리고 대서양 교역을 통해 일부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나, 이면에는 그 배로 운송된 수백만 명의 노예가 있었다.

기술은 국가 혹은 거대 기업의 권력에 악용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AI 기술을 감시와 억압에 이용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사회적 활동을 통제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검열·삭제한다. 기술 발달이 사회적 후생을 낮추고 민주주의를 쇠퇴시킨 셈이다.

기술 향상이 사회 전반에 이득을 가져다주기 위해선 의식적으로 그것이 평등하게 공유되는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기술 발전 방향을 설정할 때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소수의 특권층이 기술 진보의 열매를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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