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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尹 부부에 '전쟁 선포'…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슬기의 정치 번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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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들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이제는 '전쟁'이라고 불릴 만한 정도로 커졌습니다. 지난 17일 공개적인 자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놓은 한 대표의 발언에 여의도는 말 그대로 '들썩'했을 정도입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당 대표가 영부인을 향해 한 발언이라기엔 수위가 꽤 높았기 때문입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부인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도, 제가 정치 생활 21년 차이지만 처음 본다"고 했는데, 실제 당내에서는 "이건 사실상 전쟁 선포다", "이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사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 같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친윤계는 물론, 친한계 의원들 역시 김 여사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영부인 문제는 한 사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권과 당 전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친한계 의원은 "김건희 여사 문제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것일 수 있다. 무너지는 순간 당정이 함께 추락하게 되는 것"이라며 "김 여사 문제가 전면에 나오게 되면, 제일 신나는 건 당연히 민주당이다. 본격적으로 당정을 이간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尹 입당 전후 '쉬쉬' → '뒷말' 파다 → 공개 비판
그러나 결국 문제는 한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사 문제를 거론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영부인이 있었습니다.

김 여사를 둘러싼 문제는 윤 대통령이 입당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윤 대통령 영입 작업에 조금이라도 참여했던 이들, 즉 윤 대통령을 직접 본 이들 사이에서 여사의 인상에 대한 각종 평가가 나돌았기 때문입니다. "영부인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라거나 "사고를 칠 수도 있다"는 등의 말들이 은밀하게 나왔습니다. 다만 그때만 해도 그런 말들은 '지라시' 수준의 정보로 간주됐습니다.

문제는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잡음이 계속됐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만났던 여당의 후보들이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선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사 리스크'를 꼽았습니다. 정권 출범 초기 쉬쉬하기만 하던 것과는 약간 달라진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영부인에 대해 공개적인 질타 발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한 대표가 아니더라도 공개적 자리에서 여사를 언급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최고위원은 18일 "2년 6개월 내내 김 여사 문제로 당이 질질 끌려다니고 국정 전체가 혼란에 빠지지 않았느냐"며 한 대표의 전날 발언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그동안 한 대표를 질타하며 윤 대통령만은 감쌌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김 여사를 향해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언론에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공개 요청했습니다.

홍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내 권양숙 여사는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언론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보수 우파 진영에서 노 전 대통령 임기 내내 권 여사를 공격하지 않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면서 "지금 대통령의 국민 지지가 낮은 이유 중 하나가 퍼스트레이디의 처신이라면 당연히 권양숙 여사처럼 처신하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사석에서는 "대통령이 이혼이라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경입니다. 여사 리스크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는 아우성인 셈입니다.

한 대표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서 이뤄낸 10·16 재보선 선거 결과는 '단비'와 같았을 것입니다. 총선 '폭망'의 아픔을 딛고 대표로서 리더십을 한 차례 증명해 보여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친한계에서는 '이제 시간은 한동훈의 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은 대통령의 임기는 짧아진다는 것이죠. 한 여당 관계자는 "이제 윤 대통령의 결단만이 남은 것 아니겠느냐"고 내다봤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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