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8일 11: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두산밥캣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두산밥캣 지분을 1% 사모은 뒤 주주환원율을 대폭 끌어올리라는 주주제안 공문을 보냈다. 회사 실적과 성장 여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극도로 낮다는 계산에서다. 이 운용사는 다른 행동주의 펀드와 연대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동북아 1위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성공한 데 이어 곧바로 행동주의 펀드까지 나서면서 재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얼라인은 지난 16일 두산밥캣에 주주제안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밥캣 지분을 1%가량 보유한 얼라인은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비주력 자산 등을 매각하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은 그동안 JB금융지주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등 대주주 지분이 10%대로 낮은 곳들을 회사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들 회사 지분을 사들인 뒤에 다른 주주와 손잡고 주주제안을 하거나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다.
두산밥캣은 그동안 공략했던 기업들과는 주주 구성이 판이하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 46.06%를 보유하는 등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 있다. 그만큼 이사회 장악 등은 어렵다는 평가다.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실적을 비롯한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현저히 낮다는 판단에 따라 주주가치 향상을 목표로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밥캣은 최근 진행되는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몸값이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낸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합병을 위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를 각각 5조700억원, 5조1900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올린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같은 기간 적자를 낸 두산로보틱스와 엇비슷하게 산출하자 두산밥캣 주주들의 불만이 커졌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이 같은 평가 가치가 맞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주주 불만이 불거진 데다 금융감독원이 합병에 제동을 걸자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접은 바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밥캣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두산밥캣은 1947년 미국 노스다코타에서 출범한 미국 1위 건설기계 업체다. 소형 지게차와 소형건설장비(스키드로더) 굴삭기, 트랙터 등을 생산한다. 북미 매출 비중이 70%를 웃돈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조24억원이다. 연간 현금창출력이 1조원을 웃돌지만 시가총액은 4조원 수준에 그쳤다. 주가수익비율(PER)은 4배로 코스피200 기업 평균(20배)을 크게 밑돌았다.
전망도 밝다. 미국 대선에서 치솟는 임대료·주거비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임기 동안 신규 주택 300만채를 공급하고, 일반 주택 건설업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늘리는 공약을 내놨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공급과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대선 직후 주택 공급을 확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두산밥캣의 매출이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얼라인은 2021년 설립된 뒤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매입해 공세를 취하면서 명성을 알렸다. 공세를 통해 SM엔터에 첫 외부 감사를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금융지주사 7곳을 대상으로 주주환원율을 높이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JB금융지주의 이사회에 2명의 이사를 진입시키기도 했다. 얼라인은 JB금융지주 지분 14.0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얼라인을 비롯한 행동주의펀드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재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근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이 SK스퀘어 지분 1%를 확보한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팰리서는 지난해 12월에도 삼성물산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KT&G에 한국인삼공사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