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20%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승리하며 여권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전통 보수 텃밭임에도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결과가 안갯속이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으로 ‘정권 위기론’이 제기되자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취임 후 시험대에 올랐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에도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다.
○보수 텃밭 지켜낸 與
부산 금정구는 뿌리 깊은 보수의 텃밭이다. YS(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부산의 맹주이던 1988년 13대 총선에서도 집권 민정당이 승리한 유일한 지역구였다. 2022년 대선에서는 25%포인트 차, 같은 해 부산시장 선거는 37%포인트 차로 국민의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이 때문에 금정구를 잃으면 국민의힘에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보다 뼈아픈 패배가 될 수 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의 민심 이반을 확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와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접전을 벌였다. 선거 전날 김 여사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주고받은 모바일메신저 내용이 공개되는 등 여러 악재가 여당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여론조사에 진보층이 과표집된다는 전제하에 5%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김 여사 리스크로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던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이 끝까지 뭉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던 인천 강화군수 선거는 예상외로 접전을 보였다. 범여권 인사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된 탓이다. 텃밭으로 분류되던 두 지역을 모두 지켜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으로서는 ‘최선의 방어’였다는 평가다.
○힘 얻은 韓…내주 尹과 독대
이번 선거를 계기로 김 여사 사과와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을 요구한 한 대표의 목소리는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선거 전 여섯 차례 금정구를 방문하며 총력 지원에 나섰다. 애초 당 일각에서는 강서구청장 패배의 전례를 들어 재·보선에서 중앙당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재·보선에서 큰 표 차로 패배하면서 당시 김기현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도 금정구를 민주당에 내줬다면 한 대표 리더십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컸다.
친한(한동훈)계 관계자는 “만약 금정구에서 졌다면 친윤(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책임론’을 제기했을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큰 표 차이로 텃밭을 지켜낸 만큼 한 대표의 발언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 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한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긴다”며 “국민의 뜻대로 정부 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패배하기는 했지만 여당 텃밭에서 적지 않은 득표율을 올린 만큼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조국혁신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는 의미도 있다.
정소람/노경목/정상원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