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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지 않고서는 어떤 부양책을 내놔도 고꾸라지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돈 풀고 리노베이션까지
니훙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 장관은 17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부문 화이트리스트 대출 규모를 연말까지 4조위안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개발 업체의 합리적인 자금 조달을 지원해 냉각된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게 이번 조치의 취지다.화이트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우량 국유·민간 부동산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고안한 제도다. 건설 프로젝트를 시공 중이고 적합한 담보물이 있는 부동산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성은 있지만 자금난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어려운 부동산 회사에 긴급하게 유동성을 투입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대규모 주택 개조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도시 내 낙후지역에 있는 노후 주택을 개조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전역 대도시에서만 개조가 필요한 주택은 170만 가구로 추산된다. 조건에 부합하는 낡고 위험한 주택 100만 가구부터 개조 사업을 시작해 주택 소비자의 매수 심리를 확대하는 효과를 노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2주택 대출 최소 계약금 비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등 기존에 발표한 부동산 관련 금융 조치 역시 지속적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이날 타오링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금리 인하 등 포괄적인 금융 정책을 이미 발표했는데, 이번에 나온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소비자의 신뢰 제고와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실망…부동산 업종 주가 하락
3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18일)를 하루 앞두고 긴급하게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건 그만큼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가 채무불이행에 빠진 뒤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부동산 개발 업체가 줄지어 파산하고 전국 부동산 프로젝트가 대거 중단됐다. 중국의 부동산 부문 투자는 올 들어 8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 매매는 23.6% 줄었다.이런 부동산 시장 침체는 가계 소비에까지 타격을 줬다. 중국 가계 자산의 65%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과 연관된 건설, 시멘트, 철강 산업도 줄줄이 위축됐다. 부동산 시장에서 촉발된 침체는 중국 경제 전반의 활력을 꺼뜨렸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5% 안팎을 달성하는 것도 위태로워졌다. 중국은 지난해 5.2%, 지난 1분기엔 5.3% 성장했다. 하지만 내수와 투자, 외국인직접투자(FDI)까지 쪼그라들면서 2분기 성장률은 4.7%로 꺾였다.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등은 3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하는 데 그쳤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대책을 두고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더 강력한 정책을 원하면서 발표 직후 부동산 업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며 “미분양 주택 매수를 위한 특별채권 규모 등에 정부의 대응이 추가로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