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 어디서 구하나요.”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에선 최근 이처럼 생크림 구매처를 구하는 문의가 수시로 올라온다. 생크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서다. 올 여름 이상 고온현상으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준 탓이다. 소규모 카페나 개인 빵집은 생크림을 못구해 제품 판매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각종 모임이나 기념일이 몰린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서 생크림 품귀 현상이 계속될까봐 케이크 매출 비중이 큰 자영업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는 생크림 제품이 대부분 품절된 상태다. 각종 온라인 마켓에선 생크림이 입고되자마자 동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생크림은 평소 500mL에 5000~6000원대였으나 지금은 1만~1만5000원대로 2~3배가량 뛰었다. 우유 대리점에서도 거래처에 납품할 생크림을 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생크림은 우유에서 지방을 제거한 탈지분유를 생산할 때 나오는 유지방으로 만든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유제품 소비량이 줄어드는 탓에 탈지분유 재고가 쌓이자 유업체들은 생크림 생산량을 쉽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올 여름엔 기록적인 폭염이 닥치면서 생크림의 원료가 되는 원유 생산량 자체도 줄었다. 더위에 취약한 젖소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2018년이나 2021년에도 원유 생산량이 예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특히 동네 빵집이나 개인 디저트 카페 등 소규모 개인 자영업자들이 생크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업체와 연간 납품계약을 맺는 프랜차이즈나 호텔과는 상황이 다르다. 소규모 업장의 경우 중간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소량으로 납품받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 씨(34)는 이달 들어 생크림 대란을 겪고 있다. 며칠 전에는 식재료 공급업체로부터 '올 연말까지는 생크림을 공급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여름부터 물량이 달린다며 주문량보다 적게 생크림이 납품돼 난감해 하던 차에 아예 생크림을 공급할 수 없다는 통보까지 받은 것.
때문에 김씨는 하는 수 없이 아침마다 마트나 식자재 업체를 돌아다니며 ‘생크림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을 하는 형편이다. 그는 “최근 한 베이킹 쇼핑몰에서 물량이 풀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부터 오픈런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 2개밖에 못샀다”면서 “가뜩이나 생크림은 유통기한이 짧아 한꺼번에 많이 사서 쌓아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경기 부천에서 개인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이모 씨(34)도 연말 특수도 못 누릴까 걱정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베이커리를 5년째 운영해왔지만 연말이 채 다가오기도 전인 9~10월부터 생크림 대란이 인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는 게 이씨의 이야기다. 이씨는 “당장 예약이 들어온 케이크들이 있어 급한 대로 인근 케이크 매장을 돌며 생크림을 나눠달라고 읍소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생크림 재고가 있는 매장을 실시간 파악, 공동구매 형태로 사서 물건을 나누거나 냉동 생크림·식물성 제품으로 대체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자영업자들은 호소했다. 업계에선 올해 케이크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평균 10~15%가량 인상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원재료 가격 변동에 취약한 소규모 개인 빵집이나 카페의 제품 가격이 많이 올라 소형 케이크마저 4만~5만원대인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 박모 씨(43)는 “케이크 가격이 워낙 뛰어 기념일에도 큰 사이즈는 사 먹기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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