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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용 오피스텔 전환 쉬워진 생숙…대책 발표에 나온 말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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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숙박시설(생숙) 합법사용 지원방안' 사례는 시장에서 항상 반복됐던 일 아닌가요? 일단 시행했다가 일부 실수요자들이 시위하고 반발하면 정부가 나서서 퇴로를 만들어 주는 일들이요. 생떼 쓰면 뭐든 해주잖아요."

최근 정부가 생숙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한 후 한 부동산 전문가가 한 얘기입니다.

생숙 문제의 시발점을 찾자면 2020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큰 움직임이 없던 집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부는 코로나19로 경제가 마비되지 않도록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시장에 돈을 풀기 시작합니다.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자산 가격을 자극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선 가장 수요가 많은 아파트가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은 물론 지방 곳곳으로 돈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평소엔 잘 찾아보지도 않던 지방 어딘가에 있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아파트가 몇 개월 사이 수천만원이 뛰는 기현상이 빚어졌습니다.

빠르게 치솟는 집값에 실수요자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은 평생 할 수 없다'는 포모(FOMO·소외공포증) 현상이 빠르게 퍼졌고, 아파트를 사지 못한 실수요자들은 대체재는 주거용 오피스텔과 빌라를, 이마저도 매수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은 생숙으로 손을 뻗치기 시작했습니다.

생숙, 생활형숙박시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숙박시설'입니다. 주거가 불가능한 상품이란 얘기입니다. 이전에도 주거는 불가능했지만, 정부가 쉬쉬하다 보니 생숙을 분양받아 거주하곤 했습니다.

문제는 2021년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는 것입니다. 생숙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해 생숙을 원래의 용도인 '숙박시설'로만 사용하겠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생숙 수분양자들은 '생숙의 오피스텔로의 전환' 등을 요구하면서 길거리로 쏟아져나왔습니다. 주거가 불가능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자 은행에선 생숙을 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잔금 대출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돈을 내지 못해 계약금까지 날리는 상황까지 오자 이들은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은 구제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지원방안을 내놨습니다.

먼저 숙박업 신고 기준을 낮췄습니다. 현재는 30실 이상을 소유하거나 독립된 층, 건물 연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할 때 숙박업 신고를 할 수 있어 소유자들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지자체의 여건에 맞춰 30실이 아닌 20실, 10실 등으로 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의 걸림돌이었던 주차장 면수 확대, 복도폭 확대 등의 조건이 확 풀렸습니다. 소유자들이 비용을 들여 외부에 주차장을 짓거나 복도폭을 유지하더라도 화재 시설 등을 보완하면 오피스텔 변경이 가능해집니다. 내년 9월까지 용도변경 신청을 하면 2027년까지 이행강제금도 유예됩니다. 2021년 이후 벌써 세 번째 유예입니다.

대신 신규 생숙은 개별 분양을 원천 차단해 주거 용도로 사용되는 일을 막기로 했습니다. 국토부는 건축법 개정을 추진해 숙박업 신고 기준 이상일 때만 생숙 분양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이 1∼2개 호실을 사들여 숙박업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은 "서민주거안정, 민생경제 위기 속에서 안타까운 점들을 고려했다"며 "정부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고 규제 방식을 바꿔서 적정 비용 부담 전제하에 합법 사용 길을 터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혜가 아니라 규제 방법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단 생숙 수분양자들에게 살길은 열렸지만, 오피스텔로의 용도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습니다. 현재 전국 생숙은 18만8000실입니다. 이 가운데 숙박업 신고나 용도 변경이 되지 않은 곳은 약 11만2000실에 달합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행사가 남아 있는 현장이야 시행사들이 고통 분담을 함께한다는 차원에서 주차장 건설 등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겠지만 이미 분양이 다 끝난 사업장의 경우엔 수분양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용도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부적절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우리 사회에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가 더해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일단 저지르고 그 사안에 관련한 규모나 목소리가 커지면 원칙은 일단 덮어두고 합법화하거나 양성화하는 사례가 올바른가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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