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7일 10: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가 1300억원 규모의 운용 손실을 본 신한투자증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보고서를 발간해 주목받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신한투자증권을 빗대서 '뒷감당을 걱정 않고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표현한 것도 화제를 불러왔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혁준 NICE신용평가 본부장은 최근 '은행계 금융회사는 보수적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본부장은 보고서에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은행계 금융회사는 비은행계 금융회사보다 경영 기조나 리스크관리가 아무래도 더 보수적이죠?'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그럴 때마다 '아니요.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고 답변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올들어 신용등급과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된 은행 계열 금융회사는 4곳(한국씨티은행, 하나증권,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이었다. 최근 10년 동안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은행 계열사가 없었던 만큼 괄목할 만큼 불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사업 부문의 단계적 철수에 따른 자산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하나증권과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은 모두 부동산 투자 실패에 따른 결과다.
이 본부장은 "은행 계열 증권사 3곳에 대한 신용등급 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들 증권사는 부동산금융 사업 비중 등이 높은 고위험·고수익 경영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은 보수적 경영 기조와 엄격한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며 "은행의 관계사인 은행계 금융회사는 왜 이렇게 공격적이고 위험선호적 경영을 해 온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모회사인 은행을 믿고 자회사들이 섣부른 투자에 나선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본부장은 "일부 은행계 금융회사를 지켜보면 부잣집 도련님이 뒷감당을 걱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것 같다"며 "투자에 실패해서 큰 손실이 나도 부유한 부모가 보전해줄 거란 믿음을 갖고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서슴없이 확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 역시 같은 생각으로 깊은 고민이나 분석을 하지 않고 쉽게 자금을 빌려주니 항상 유동성도 좋다"면서 "하지만 그 부모의 재산과 지원 능력은 영원불멸하게 견고한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 본부장은 1998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카드를 거쳐 2000년 NICE신용평가(옛 한국신용정보) 전문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어 2006∼2008년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 선임조사역으로 근무한 이후 NICE신용평가로 복귀해 금융·기업평가본부를 두루 거쳤다.
그의 보고서는 신한투자증권이 1300억원의 운용손실 공시한 지난 11일 직후 나왔다. 그만큼 신한투자증권을 에둘러 비판한 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금융 사고와 관련해 증권사 26곳 대상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이번 사태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