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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디올, 셀린 등 고급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중국의 소비 둔화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패션 및 가죽사업부에선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럭셔리 산업 호황을 이끌어오던 중국 소비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LVMH는 프랑스 증시 장 마감 후 올해 3분기(7~9월) 매출(기업 인수, 매각, 환율 변동 등의 영향 제외)이 전년 동기보다 3% 감소한 190억8000만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분기 매출이 1%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줄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특히 루이비통, 디올 등이 포함된 최대 사업부인 패션·가죽제품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시계·주얼리 매출은 4%, 와인·주류는 7%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긴장이 주류업계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가 지출을 줄인 것도 LVMH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6%나 빠졌다. 일본에선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2분기 57%에서 3분기 20%로 크게 축소됐다. 엔저를 노리고 일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해외여행객이 줄어든 영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럭셔리 산업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LVMH의 핵심 사업 부문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로 매장이 문을 닫은 이후 처음”이라며 “불확실한 경제와 지정학적 환경으로 LVMH가 예상치 못한 매출 감소를 보였다”고 전했다. 토머스 쇼벳 씨티그룹 분석가는 “LVMH의 연간 매출 기대치가 3~5%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소비 침체가 길어지면서 럭셔리업계 실적과 주가는 올해 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들어 15일까지 LVMH 주가는 13.5% 빠졌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LVMH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전날 대비 7.94% 하락한 128달러에 마감했다. 구찌 모회사 케링(-41.3%), 영국 버버리(-53.7%) 등도 연초 대비 주가가 반 토막 났다.
이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도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고 밝혔다. WSJ는 “중국은 이제 럭셔리 브랜드의 아킬레스건이 됐다”며 “일각에선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중국 사치품 시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아직 효과를 보긴 이르다”고 진단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