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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가 비워뒀던 '미래 노벨상 수상자' 자리에 한강 얼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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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전시하고 있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소설가 한강의 얼굴이 걸린다. 미래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비워놓았던 자리다.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세종로 지하보도를 잇는 출입구 통로엔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초상화를 걸어놓은 전시 공간이 있다. 알베르 카뮈,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12명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김대중 등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부문별 2명씩 총 6개 부문 22명의 초상과 업적을 담은 그림들이다. 박영근, 이동재, 이인, 최석운 등 네 명의 중견 화가가 각각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렸다.



그 가운데 얼굴 부분을 거울로 만든 빈 초상화 공간이 있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자리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이자 첫 번째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2014년 전시 공간을 재조성한 지 10년 만에 이 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교보문고는 빈 초상화 밑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며 “이미지는 준비중”이라고 표시했다.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을 산하에 둔 교보생명 관계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인 수상자가 나올 것이란 기대에 자리를 마련해 둔 것”이라며 “그 염원이 이뤄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노벨상 전시 공간은 1992년 교보문고 광화문점 재개점 때 처음 선을 보였다.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창립한 대산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보면서 큰 꿈을 키우고 독서를 통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초상화 액자 하나를 비워두고 ‘주인을 기다립니다’라고 써놓았는데, 그 자리의 첫 주인공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됐다. 전시 공간은 2010년 광화문점 리노베이션 후 사라졌다가, 끊이지 않는 시민들의 복원 요청에 응해 2014년 재조성했다.



교보생명과 한강의 인연은 깊다. 대산문화재단은 한국 문학책의 외국어 번역 및 출간을 돕는 일도 하는데, 한강이 2016년 부커상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한 <채식주의자> 영어판을 출간하기 위해 2014년 영국 출판사 포르토벨로 북스에 출판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 대산문화재단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등의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번역도 도왔다. 2022년엔 제30회 대산문학상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주어졌다. 대산문화재단은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가 1992년 설립했으며, 그의 아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아 30년 넘게 문학 지원을 벌이고 있다.



한강은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걸리는 ‘광화문 글판’ 문안선정위원으로도 2013년부터 4년간 활동했다. 2015년 가을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메리 올리버 산문집 ‘휘파람 부는 사람’), 2016년 봄 ‘봄이 부서질까봐 조심조심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최하림 시 ‘봄’)가 한강이 추천한 글귀로 유명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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