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의 핵심 키워드는 제도다.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국가가 번영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국내 경제학자들은 14일 대런 애스모글루(사진)와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정치학과 교수 등 3명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제도’라는 사실을 연구해온 경제학자들이 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공부하던 1993년 당시 애스모글루와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조교수로 재직했는데, 유럽 출신의 젊은 학자를 채용한 게 당시에는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번 노벨경제학상은 사실상 애스모글루 교수의 3부작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좁은 회랑> <권력과 진보> 등 저서를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와 <좁은 회랑>은 로빈슨 교수와, <권력과 진보>는 존슨 교수와 공동 저술했다. 안 연구위원은 “애스모글루 교수는 경제문제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면서 제도를 중시하고 경제 발전과 후진국 문제 등을 강조해왔다”고 부연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2022년 KDI가 국내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와 한반도 야경 사진을 보여주며 “정치 체제 차이가 남북한의 경제 격차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콘퍼런스 실무를 담당한 김정욱 KDI 국제개발협력센터소장은 “애스모글루 교수가 정부 주도의 중앙집권적 체제와 민간 또는 여론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제도가 있다면 그 중간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애스모글루 교수는 분석적 모형이나 수량을 활용하는 계량 분석학자인데 주류 경제학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학자 등과 함께 사회의 내생적 제도와 이런 제도의 경제적 영향 등을 연구해왔다”며 “이번에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배경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경제와 정치 발전 단계를 주로 연구했다. 존슨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 경제학자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 특히 소득과 자산 불평등 기제 중 하나가 금융산업의 독과점”이라며 “존슨 교수는 독과점 문제를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한 대표 학자”라고 소개했다.
박상용/강경민/이광식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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