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당첨 후 사업이 취소돼 당첨자 지위를 상실한 민간 사전청약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다.
15일 사전청약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상으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추진한다. 국정감사 기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에 대한 구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국토부와 LH가 실질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사전청약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민간 사전청약과 관련해 맹성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국토부가 내놓은 사전청약 피해자 구제 대책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맹 위원장은 국토부 종합감사에서 "사전청약 피해자 구제 대책으로 내놓은 것 중 청약통장 부활이 있다"며 "민간 사전청약 당첨으로 2021년에 정지한 통장이 2024년에 부활해봐야 청약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 현실적으로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맹 위원장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에게 종합감사 마지막 날까지 대책을 마련해올 것을 요구했다. 이후 맹 위원장의 블로그에는 약 600개의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라고 밝힌 댓글 작성자들은 맹 위원장의 문제 제기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국토부가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오지 않고 국정감사가 끝날 경우 관련 논의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대위도 국토부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비대위는 "사전청약 지위 유지는 국토교통부령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만 수정하면 가능하다"며 "국토부가 사전청약 취소 문제를 행정적으로 시정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그간 피해자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대책 마련 요구에도 국토부와 LH는 실질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해 시간을 끌고 있다"며 "국토부가 피해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청약 취소에 따른 지위 유지 승계를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당첨 이후 계약 의무를 이행했고, 귀책 사유도 없기에 국토교통부령 제746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당첨 지위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첨자의 계약이행도 사전청약 관련 규정을 담은 주택법 제35조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민간 건설사의 사업 좌초를 이유로 사전청약 당첨자 지위까지 박탈하는 것은 주택법상 법적 근거가 없고, 헌법이 보장하는 주거권 보호에도 반한다는 것이 비대위의 시각이다.
비대위는 "사전청약은 국민이 주거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로 시행됐다"며 "이를 이유 없이 취소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첨자 지위 박탈은 민법이 무효로 하는 불공정한 법률 행위"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지난 4개월 동안 국토부에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했지만, 전국의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여전히 사업 취소에 대한 불안과 본청약 지연으로 폭등하는 분양가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제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