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다혜 씨의 음주운전 사고가 터진 뒤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작가 한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연일 관련 글을 올리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3일 평산책방 홈페이지 내 유료 회원 대상 게시판에 두 차례 글을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는 16세 고1의 나이에 5·18 광주항쟁에 참여해 끝까지 도청을 지키다 계엄군의 총에 사망한 문재학 열사가 실존모델"이라며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부모와 함께 그의 묘소를 참배한 적이 있다. 그 어린 소년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이 너무나 미안해서 특별하게 추모하고 부모를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어 "나중에 '소년이 온다'를 읽은 후 어머니 김길자 여사에게 '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좋은 책이 나왔으니 위안 삼으시라'고 말했더니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며 "그 책이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됐으니 어머니에게 더 큰 위안과 해원이 됐을 것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을 보며 내가 느낀 또 하나의 감회"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튿날인 지난 11일에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친구들과 함께 축하한다. 정말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문 전 대통령은 "노벨문학상과 가장 가까운 작가가 한강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다. 나는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국민들에게 추천한 적이 있어서 더 감회가 깊다"고 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공개 SNS에는 지난 2일 이후 아무런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음주운전과 관련 "그 상황을 잘 모르지만, 문다혜 씨는 독립한 성인 아니냐, 청소년도 아니고 피보호자도 아니고 본인이 이미 나이가 많이 든 분이다.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문 전 대통령이 책임을 지는 것은 "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다혜 씨에게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택시 기사를 지난 9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9일 피해 택시 기사를 조사했다"며 "진단서는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진단서를 내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혜 씨에게는 현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만 적용된 상태다. 피해자가 상해 진단서를 제출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가 추가 적용될 수 있다.
다혜 씨는 지난 5일 오전 2시51분께 서울 용산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에서 운전하던 도중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다혜 씨는 전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6시간가량 3차에 걸친 술자리를 한 뒤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4%로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