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고로 기업과의 협상에서 날이 갈수록 강성을 띄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보잉, AT&T, 텍스트론 등 미국 대표 기업의 노동자들이 노조 지도부와 기업의 협상안을 부결시키고 있다며 이처럼 전했다.
특히 보잉에서는 회사의 가장 큰 노조 소속 엔지니어 94%가 4년간 25% 임금 인상을 제안한 계약에 반대했다. 국제기계공노동조합(IAM)에 소속된 보잉 노조의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합의한 계약을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었다. 워싱턴주 렌턴에 위치한 보잉 737공장에서 일하는 조쉬 맥켄지는 “노조 지도부가 노조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최고의 계약을 체결하려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처음엔 나쁘지 않아 보였지만, (합의안을) 더 읽을수록 우리가 여전히 같은 상황에서 나오지 못할 것처럼 있을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 통신사 AT&T의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서 일하는 직원 약 8000명은 노조 협상안을 거부한 탓에 지난 4월부터 노사 계약서 없이 일해왔다. 지도부가 지난 9월 새로운 계약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원들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승무원들은 지난해 12월 처음에는 20% 임금 인상과 이후 연간 3% 인상을 포함한 잠정 계약을 거부했다.
이들 노조 조합원들이 협상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사측과의 합의안에 들어있는 임금 인상률이 그간의 물가 상승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느껴서다. 많은 노조원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물가 급등이 발생하기 전에 체결된 다년간의 단체교섭 계약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WSJ은 “미국의 일반 노조원들은 여전히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 격차는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코넬 대학교 산업 및 노동관계(ILR) 스쿨의 노동 변호사 캐시 크레이튼은 올해 노조 지도부가 더 큰 저항에 직면한 이유는 노동자들이 격앙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은 자신이 파이에서 정당한 몫을 받지 못한다고 분노하고 있으며, 파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