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4일 14: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기업 사피온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사용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사피온이 연말까지 추가 투자유치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은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합병이 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이번 엑시트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의 시리즈A에 투자한 대다수 FI들이 내년 1일부터 풋옵션을 사용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피온코리아의 모회사인 사피온은 지난해 8월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 하나증권PE-KDB인베스트 비롯해 대보정보통신, 하나금융그룹, 미래에셋벤처투자-위벤처스, E1가 참여했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전략적투자자(SI)는 풋옵션을 발동하지 않고 투자사로 남고, FI들은 풋옵션을 활용해 대부분 엑시트하는 분위기"라며 "다른 투자사들에게 매수 의향을 물어봤으나 관심이 적어 풋옵션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PE-KDB인베스트도 내년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사피온은 연말까지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 풋옵션 발동 요건이 성립된다.
사피온은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 방식으로 투자받았다. 약정 기간 내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채권과 마찬가지로 원금과 이자 상환을 받을 수 있다. 사피온이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면 합병법인 주식을 받아 보유하면 되지만, 원금과 이자를 빠르게 회수하고 싶다면 풋옵션을 행사하면 된다.
대다수 투자사들은 투자금 회수를 선택했다. 사피온의 투자사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려는 이유는 사피온과 리벨리온의 합병 후에도 큰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사피온의 기업 가치를 4000억 원으로 평가하고 투자했던 이들 투자사들은 이번 합병으로 리벨리온의 기업 가치가 1조2000억 원으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성장성이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