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상가를 보유한 조합원이 상가가 아니라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상가를 충분히 지어 상가 조합원에게 상가를 공급할 수 있는데도 상가 분양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건 현행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판단이다.
최근 대법원은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 안건가결 확인’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단을 내렸다.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지난 3월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당시 서울고법은 “상가 조합원에게 상가를 공급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거나 상가 조합원에게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상가를 포기한 조합원에게 잔여 가구 중에서 1가구를 공급하는 등의 정관 변경은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방배6구역 조합은 지난해 총회에서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분양하는 내용의 안건 동의율이 56.8%에 그쳤다”며 부결했다. 새로운 상가를 공급받지 않은 상가 조합원은 상가 가액이 최소 분양 단위 규모 추산액에 20%를 곱한 금액보다 크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도시정비법은 원칙적으로 상가 조합원이 상가를 분양받도록 하고 있다. 조합은 ‘조합원 자격’을 바꾸는 내용의 정관 변경은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예외 규정이 있다. 새 상가를 짓지 않을 때나 새 상가 규모가 현실적으로 크게 감소하는 경우, 새 상가 규모가 기존보다 커져서 분양주택으로 충당해야 하는 경우 등이다. 도시정비법은 새 상가를 짓지 않거나 새 상가가 크게 줄어드는 경우 가장 작은 분양주택의 분양가액에 일정 비율을 곱한 금액보다 크면 아파트 분양을 허용하고 있다. 이땐 일반적인 정관 개정에 해당해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만 필요하다는 게 상가 조합원의 주장이었다.
올 3월 서울고법은 조합보다 한발 나아가 조합원 전원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결했다. 상가 조합원이 근거로 든 조항은 상가 규모가 불가피하게 크게 줄어 현금 청산만으론 충분히 보상받지 못했을 경우에 인정하는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상가 분양을 포기할 수 있게 해 상가와 아파트를 임의로 선택하게 한다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새로운 상가를 짓지 않는 경우’를 유추 적용하거나 ‘새로 공급받는 상가 추산액을 0으로 보고 기존 상가 가액이 최소 분양 단위 주택의 추산액에 일정 비율을 곱한 가액보다 큰 경우’에 해당하면 관리처분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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