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에 테러를 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0일(현지시각) 스카이뉴스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영국 런던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모성'(Motherhood)이 의문의 남녀에 의해 훼손당할 뻔했다.
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는 영상에는 한 남녀가 자신들이 들고 온 사진 한 장을 펼쳐 피카소의 작품 위에 붙였다. 이 사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촬영된 것으로 아이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을 그림 위에 올린 뒤 손으로 꾹꾹 눌러 접착시킨 남성은 곧바로 직원에게 제압돼 끌려 나갔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쳤고, 여성은 바닥에 주저앉아 빨간색 페인트를 쏟았다.
피카소의 '모성'의 가치는 2480만 달러(약 334억6000만원)로 평가받는다. 그림은 액자에 있어 손상되지 않았지만, 미술관 측은 소동 이후 한동안 전시실을 폐쇄해야 했다.
그림을 테러한 남녀는 현지 환경단체 '청년의 요구'(Youth demand) 회원들로 밝혀졌다. 단체는 X에 이날 영상을 올린 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영국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에도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회의 때도 회의장 창문에 '학살 회의'라는 문구를 적어 제지당했고, 남녀는 경찰에 연행돼 구금됐다.
최근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이슈화하기 위해 미술작품을 테러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환경운동가들이 수프를 뿌리는 등 여러 차례 봉변을 겪었고, 런던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고흐의 '해바라기'도 환경운동가들의 수프 테러를 당했었다.
지난해 10월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에 전시 중이던 파블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이는 시위도 벌어졌다. 다행히 작품 보호를 위해 유리가 씌워져 있어 작품은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