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한 달 전과 비교해 모두 상승했고, 국민은행은 다음주에도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딜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면서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인 국내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주 첫 영업일인 14일부터 금리가 5년 동안 고정되는 혼합형·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16%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혼합형·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연 3.99~5.39%에서 연 4.15~5.55%로 오를 예정이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도 14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상품 종류에 따라 0.05~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미 최근 한 달 동안 꾸준히 주담대 금리를 인상해왔다. 우리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 연 4.22%에서 이날 연 4.53%로 0.3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연 4.05%→연 4.25%)과 하나은행(연 3.71%→연 3.81%)의 주기형 주담대 금리도 마찬가지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췄는데도 주요 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줄줄이 올리는 것은 은행채 금리가 최근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채 금리는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미국의 고용시장이 견고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지면서 Fed가 당초 계획보다 기준금리를 천천히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국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평균 금리는 지난달 11일 연 3.161%에서 이달 10일 연 3.319%로 뛰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이달 들어 다시 대출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는 점도 소비자가 접하는 주담대 금리가 오른 이유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4일부터 주담대 가산금리를 최대 0.2%포인트씩 인상했다.
다만 한국은행이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춘다면 주담대 금리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이어져 가계부채는 언제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위험이 지속되면 필요한 감독 수단을 모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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