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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작가 "그림책은 작은 철학책…무한한 상상 출발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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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눠준 종이에 상상한 동물을 그려봅시다. 개구리 다리는 꼭 평소대로 안 그려도 돼요. 이렇게 사람 발가락을 붙여도 되죠.”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세미나실에 초대된 영등포구의 한 어린이집 7세 어린이들. ‘도전 나도 어린이 작가’라고 적힌 흰 도화지를 나눠주자 고사리 같은 손들이 열심히 그림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피자 조각에 호랑이 다리를 그린 ‘피호’라는 캐릭터를, 로봇을 좋아하는 아이는 로봇 몸체에 거미 다리가 붙은 ‘로거미’를 그려냈다.

이날 아이들 그림을 도운 강사는 이경국 작가(57)다.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국내에 그림책 시장을 안착시킨 ‘1세대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힌다. 그림책 분야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두 번(2008·2023년)이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최근 이 작가는 인터넷TV(IPTV)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IPTV 3사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키즈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지니TV 키즈랜드’ 브랜드를 앞세운 KT는 이 작가와 손잡았다. 그림책·아동도서 분야 대형 출판사인 로이북스도 참여한다.

이 작가는 그림책이 어른에게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림책은 작은 철학책이라고 할 정도”라며 “영미권에서는 심리 치유에 그림책을 활용할 정도로 대중화됐고, 한국도 2~3년 전부터 비슷한 추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40~50대 중년 여성이 그림책 소비자로 떠오르는 트렌드나 교도소 재소자의 교정에 그림책이 쓰이고 있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제도화된 교육만을 받고 자란 어른은 커피잔을 봤을 때 용이나 유니콘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며 “사물을 보고 자유자재로 생각을 펼쳐낼 수 있는 능력은 철학적 개념인 ‘현상학적 사고’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이 작가는 홍익대 졸업 후 산업디자인 분야로 대기업에 취직한 동기들과 달리 홍대 인근에 작업실을 열고 30~40대를 보냈다. 그는 “홍대 거리에서 교수, 작가들과 토론하며 작품을 만든 시간이 행복했다”고 했다. 지금은 서울 평창동 개인 작업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 작가가 KT, 로이북스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함께 그린 책’이다. 지난해 키즈랜드 시청자 아동·부모와 아티스트 총 57명이 모여 그림책 <함께 그린 책:육아의 7가지 순간>을 출간해 주목받았다. 올해는 시즌2로 <내 친구 상상 동물>을 준비하고 있다. KT 후원을 받아 3~12세 희망 아동들과 10차례 오프라인 수업을 열고 그림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모인 그림을 엮어 내년에 세계 최고 아동 도서를 가리는 볼로냐 국제도서전 라가치상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뿜어내는 창의력으로 그려낸 점, 선, 면을 모아 그림책을 만들면 엄청난 책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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