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차량의 조수석에서 내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 세계에서 자동차는 하나의 작은 라운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스튜디오를 통째로 빌린 테슬라는 ‘위(We·우리), 로봇’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고 자사의 첫 로보택시(무인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했다. 행사의 이름은 미국 공상과학(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아이(I), 로봇>의 이름에서 따왔다. “테슬라는 자동자 제조업체가 아닌 인공지능(AI) 로봇 회사”라는 머스크 CEO의 주장을 반영했다.
핸들·페달 없는 2도어 디자인
베일을 벗은 사이버캡은 각진 형태의 2인승 차량이다. 나비 날개 모양으로 위로 열리는 ‘버터플라이 도어’가 양쪽에 하나씩 달렸다. 가장 큰 특징은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 등 수동 제어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후면 유리창도 없다. 운전자의 운전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기 때문이다. 충전은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 없이 무선으로 가능하다. 머스크 CEO는 “운전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10시간을 운전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면 5~10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 양산은 2026년 시작될 전망이다. 머스크 CEO는 “2027년 이전 대량 생산에 나설 계획”이라며 “차량 가격은 3만달러(약 4000만원) 미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로보택시 이용 비용은 1마일(1.6㎞) 당 0.2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1마일당 1달러 수준인 시내버스 요금의 5분의 1 수준이다. 앞서 그는 자사 로보택시가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중간”이 될 것이라며 개별 소유자가 자신의 차량을 로보택시로 운영하는 모델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이날 20인승 로보택시 ‘로보밴’의 콘셉트카도 공개했다. 버스처럼 여러 명이 한꺼번에 탈 수도 있고, 화물용으로 개조도 가능한 차량이다. 지난해 9월 시제품을 공개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가 스튜디오 거리를 걸어다니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공개했다. 머스크 CEO는 “옵티머스는 2만~3만달러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를 산책시킬 수도 있고 음료를 서빙하는 등 뭐든 다 할 수 있는 멋진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 실패"...시장 반응은 냉담
머스크 CEO는 내년부터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모델 3, 모델 Y에 비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사이버트럭을 포함한 자사 모든 차량 모델에 운전자가 운전할 필요가 없는 FSD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존 차량을 로보택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테슬라의 시간외 주가는 사이버캡 공개 직후 3.5% 가량 올랐다가 행사 막바지에 다다르며 5%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다시 이날 종가(238.77달러) 수준을 회복했지만 시장에서는 “새로운 게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앞서 머스크가 내년까지 로보택시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매우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양산 시점이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점이 시장의 실망을 키웠다.
이미 도심에서 상용화된 구글의 ‘웨이모’와의 경쟁도 변수다. 웨이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LA·피닉스 등 미국 3개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테슬라의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도 운영을 시작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참석한 데니스 딕 트리플디 트레이딩 애널리스트는 “모든 것이 멋져 보이긴 하지만 타임라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며 “확실한 타임라인을 원했던 주주로서 상당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