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분양받은 뒤 대금을 갚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토지 연체 대금이 6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의 공사비 급등, 지방 미분양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단 등으로 계약 해지 토지가 5년 새 최대를 기록하며 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한준 LH 사장은 매년 6만 가구 이상을 착공해 주택 공급난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LH 공급택지 매매대금 연체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민간이 연체한 LH 토지 분양 대금은 모두 6조2475억원에 달했다. 2020년 2조5391억원이던 연체 규모는 2022년 3조855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6조9281억원까지 불어났다.
연체 장기화로 분양 계약이 해지된 토지는 8월 기준 462필지로 5년 새 최다를 기록했다. 2021년 146필지에 그친 해약 토지는 2022년 161필지, 지난해 249필지로 늘었다. 해약 금액은 4조8643억원 수준이다. 2021년(3251억원)과 비교하면 15배 증가했다. 면적으로 따지면 해약 토지는 138만1000㎡로 2022년(20만5000㎡)의 7배에 육박했다. 특히 주택 수요가 많은 경기도에서만 64만1000㎡가 해약돼 수도권 주택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민간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과 함께 LH의 공공택지를 매입해 주택을 공급한다. 최근 3년간 건설경기 악화와 지방 미분양 증가 등으로 토지 대금조차 내지 못하면서 주택 공급 절벽 우려는 더 커졌다. 안 의원은 “민간의 계약 해지는 LH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국가적으로 보면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면밀히 살피면서 해약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LH는 계속되는 공급 절벽 우려에 택지 조성 원가를 낮추고 미분양 아파트 매입확약 등 인센티브를 제시해 토지 해지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이날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올해 총 5만 가구를 차질 없이 착공하고 내년부터는 6만 가구 이상을 매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공공택지의) 가처분 면적을 확대하고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조성 원가를 낮추겠다”며 “추가로 원가를 내릴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해 주택 분양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또 “8월 발표한 공공택지 미분양 아파트 매입확약 방안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내년 4만 가구가 민간에서 공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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