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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엔비디아[하영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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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0월 8일 두 가지 쇼크를 안겨줬다. 3분기 영업이익(9조1000억원)이 기대를 밑돌았다는 ‘어닝쇼크’가 첫 번째다.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송구하다”며 사과문을 낸 게 두 번째 쇼크였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위한 세 가지 다짐도 내놓았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고,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해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며,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는 등 일하는 방법을 고치겠다는 거였다.

시장에서 지적했던 문제점을 고스란히 수용한 내용이다. 새로울 건 없다. 과거의 삼성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삼성은 세상에 없던 신제품으로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으며 내부 및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해 ‘초격차’를 이뤘다.

삼성이 고전하는 것은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밀려 AI(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에서 소외된 영향이 크다. 그러다보니 얼마 전까지 몇 수 아래로 여겼던 엔비디아가 HBM을 사주길 기다리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엔비디아는 어떻게 AI 생태계의 최고 기업이 됐을까. 여러 분석이 많지만 다름 아닌 전 부회장이 다짐한 세 가지가 엔비디아의 성공요인이다. 엔비디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지난 6월 캘리포니아공대(칼텍·Caltech) 졸업식 축사에서 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래픽칩을 만드는 회사에서 AI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실천하자는 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CUDA(GPU 기반 프로그래밍 모델), AI 반도체가 탄생한 것도 미래의 가능성만 믿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결과라는 거였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개발은 필수였다. 젠슨 황은 2000년 새로 개발한 그래픽칩을 AMD의 CPU(중앙처리장치)에 부착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으나 AMD가 특정 표준을 요구해 결별한 것을 비롯, 인텔의 CPU와 결합한 제품을 만들었다가 곧바로 계약해지 당한 일, 세계에서 첫 번째로 저전력 모바일칩을 개발해 구글에 공급키로 했다가 퀄컴의 모뎀 연결 거부로 포기한 일 등을 설명하며 “마냥 당하느니 아예 고객도 경쟁자도 없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로 했으며 그 결과가 세계 최초의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로봇전용칩”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에 없던 기술로 시장을 창출했다는 얘기다.

젠슨 황은 본사에 개인 사무실이 따로 없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최신 정보를 갖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직원과의 소통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사무실을 따로 두지 않고 하루 수백 통의 이메일을 직원들과 주고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젠슨 황은 칼텍 축사에서 “고난과 고통은 여러분을 강하게 할 것(Your pain and suffering will strengthen your character.)”이라고 강조했다. 9살 때 미국에 이민와 문제아 교육기관에 맡겨져 인종차별과 학교폭력에 시달려야 했으며 엔비디아를 창업한 뒤에도 무수한 위기를 겪었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전 부회장의 세 가지 다짐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삼성전자의 고난과 고통은 삼성을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그래야만 한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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