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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는 거 아니었네"…비트코인으로 하루 보내보니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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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가상자산(암호화폐)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일이 있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직접 비트코인(BTC)으로 햄버거를 사 먹은 것. 트럼프는 당시 손님들에게 햄버거를 나눠주며 “이것은 가상자산 버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사용해 햄버거를 결제한 것은 단순한 선거 유세 과정의 일부일 수 있으나, 미국 대통령 최초로 가상자산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궁금했다. 가상자산을 어떻게 일반 상점,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것일까. 비트코인 결제를 직접 체험해 호기심을 풀어보기로 했다.
“비트코인 결제 느리다?”…방법만 알면 편리하게 결제 가능
비트코인으로 하루 살기

비트코인 결제처를 알려주는 ‘BTC맵’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가능한 비트코인 결제 매장이 약 16곳 있었다. 동선상 가장 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를 먼저 가보기로 했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능곡역까지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이 카페는 비트코인 모양의 전등을 달아놓는 등 실내 장식부터 '비트코인 카페'의 느낌을 풍겼다. 사장님께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냐고 묻자,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10% 할인까지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트코인 결제를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어떻게 결제를 하는지 물었다. 설명에 따라 사토시 지갑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고 QR코드를 스캔하니 1초만에 거래가 완료됐다. ‘전송이 느린 비트코인으로 과연 결제가 될까’라는 걱정은 기우였던 것.

마침 다른 손님이 없어, 사장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지역 소상공인의 비트코인 경제를 실천하고자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아직 비트코인 결제를 하는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 실제로 청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비트코인 결제를 한다고 했다.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다시 경의중앙선을 타고 망우역으로 달려 1번 출구로 나가니 비트코인 결제 카페가 나왔다. 카페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Bitcoin Accepted(비트코인 결제 허용)’이라는 푯말이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다. 비트코인으로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도 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사장님께 비트코인 결제를 부탁하니 자연스럽게 휴대폰 화면의 QR코드를 보여주셨고, 이를 스캔하니 3000원어치의 비트코인이 지갑에서 결제됐다.

사장님께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이유를 물어보니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직접 투자하고 있는데,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흥미로워서 도입했다"라며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고 나니, 손님들이랑 자연스럽게 코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더라고요. 실제 손님 중에서도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꽤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다음 행선지인 월곡역으로 향했다. 마침 염색을 할 필요가 있었는데 서울 성북구 소재의 한 미용실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다고 했다. 이곳 역시 출입문에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들어가서 염색을 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에 앉았다. 염색을 마치고 나서 마찬가지로 QR코드를 스캔하고 결제를 마쳤다. 몇 번 해보니 이제 비트코인 결제가 익숙했다. 마지막으로 마침 미용실 바로 옆에 있는 피자집에서도 비트코인 결제를 받고 있길래 피자와 파스타로 저녁을 해결하고 귀가했다.
가상자산 결제, 여전히 장점보다는 단점 더 많아
비트코인으로 직접 결제를 해보면서 비트코인 결제처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가상자산 결제는 여전히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된다는 점을 느꼈다.

장점을 말하자면, 결제가 빠르고 편하다. 흔히들 아는 비트코인의 ‘전송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은 인프라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했다. 실제 기자가 직접 사용한 사토시 지갑은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 구축된 레이어2 결제 프로토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어 즉각적인 결제를 지원한다.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면, 따로 현금으로 환전할 필요 없이 비트코인, 리플(XRP) 등 송금 속도가 빠른 가상자산을 이용해 결제가 가능한 것 역시 장점이다.

단점은 먼저 국내 가상자산 결제 가맹점 숫자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BTC맵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는 매장은 총 62개 정도다. 이마저도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몰려 있어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결제가 생활화 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다른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서울에만 100곳이 넘는 곳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고 나오지만, 직접 전화를 해보니 대부분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철회했거나 웬만하면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한 점주는 “원래 홍보 효과를 노리고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식었다. 더는 서비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철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의 변동성 역시 해결할 과제다. 실제 많은 점주와 손님들이 이 점 때문에 가상자산 결제를 꺼린다. 예를 들어 1만원 가량의 가상자산을 결제에 사용한 다음날 가상자산의 가격이 10% 상승하면 실제로는 1만1000원을 들여 1만원짜리의 상품을 구매한 것이 된다. 반대로 가상자산 가격이 내려간다면 점주로서는 1만원짜리 상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셈이 된다.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한 점주는 "가상자산 가격이 급격히 오른 올해 가상자산 결제가 급격히 줄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유럽·아프리카에선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
BTC맵을 살피다 새롭게 발견한 사실도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에선 이미 수 천 개에 달하는 매장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 중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안전한 법정화폐인 원화가 존재하고 있으며, 수준 높은 송금 및 결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가상자산이 꼭 필요한 결제 수단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국가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향후 가상자산 결제 시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통화 대체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초인플레이션, 금융 인프라 부족 등으로 국민들이 법정화폐보다 가상자산을 더욱 선호한다고 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원래 아프리카는 금융 인프라가 부족해 모바일 결제가 성행했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화폐가치가 불안정해지니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자산이 결제에 자주 사용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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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욱 블루밍비트 기자 wook9629@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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