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인공지능(AI)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AI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학으로 공식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까지 발표된 과학계 노벨상 3개 부문 가운데 AI는 생리의학상을 제외한 2개 부문을 접수했다. AI 연구 분야의 노벨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화학상 수상자로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와 딥마인드 연구원 존 점퍼가 이름을 올렸다. 허사비스는 2016년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다.
전날 발표된 물리학상은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힌턴 교수는 지난해 구글을 떠난 바 있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 중 3명이 빅테크 구글과 인연이 있는 인사인 셈이다.
AI 분야의 잇따른 노벨상 수상은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노벨상은 인간의 창의성이나 과학적 발견에 대한 순수 학문 연구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AI는 순수 학문보다는 프로그램이자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삶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발전하면서 과거의 변방에서 이제는 과학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AFP통신은 "AI는 오랜 기간 동안 과학의 변방에서 종종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자금도 지원받지 못했지만, 한 주에 두 개의 노벨상 수상은 마침내 햇빛을 받을 때가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AI 연구 분야의 노벨상 수상으로 앞으로 관련 연구자들의 수상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발표 후 온라인 반응은 뜨거웠다. '챗GPT 아버지'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다음 노벨상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밈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다만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힌턴 교수는 "AI가 산업혁명에 비견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여러 가지 가능한 나쁜 결과, 특히 이것들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서 우려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힌턴 교수는 'AI 종말론자'로 불릴 정도로 AI 기술의 인류 위협을 경고해왔다.
힌턴 교수와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홉필드 교수도 수상소감 온라인 회견에서 "물리학자로서 저는 통제할 수 없고 한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에 큰 불안함을 느낀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엘런 문스 노벨 물리학위원회 의장도 결과 발표 직후 "머신러닝은 엄청난 혜택을 가져왔지만 빠른 발전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우려 역시 불러일으켰다"며 "인류는 이 신기술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인류의 최대이익을 위해 사용하기 위한 책임을 공동으로 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