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드론의 안보 위협이 커진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의 국가 보안시설인 원전이 드론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원전본부 5곳 중 3곳은 지난해 드론 침투 대응 훈련에서 탐지 장비인 RF스캐너로 드론을 식별하는 데 실패했다. 고리, 한빛, 한울, 새울, 월성 5곳 원전본부에 미승인 드론 4기 침투를 가정하고 이를 탐지하는 훈련에서 오직 한빛 원전만 4대 전부를 탐지했다. 한울과 새울 원전은 1기씩 놓쳤고, 고리 원전은 단 1대도 탐지하지 못했다. 탐지 장치가 드론을 무력화하는 재밍(신호 방해)을 하기 위해서는 드론 식별을 위한 데이터베이스(DB)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제대로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성 원전은 아예 RF스캐너 장비가 없었다.
원전과 같은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내 드론 침입 차단을 위해 RF스캐너 외에도 레이더, 에어로스코프 탐지 장치, 전기광학-적외선(EO-IR) 장비 등을 갖추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5년간 원전 내 불법 드론 탐지 건수가 500건을 넘어서는 등 드론 테러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 의원은 “최근 불법 드론을 비롯해 북한의 오물 풍선 등 공중 위협이 갈수록 잦아지면서 방공망 구멍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원전과 같은 국가 중요시설의 방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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