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당뇨 환자들의 자살 위험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의 자살 위험은 당뇨병이 없는 고소득층보다 4.34배나 높았다.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 차봉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당뇨병 환자의 사회경제적 처지에 따른 자살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8일 발표했다.
학회는 2012~2022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30~64세 성인 343만9170명의 소득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1~20분위로 나뉜 건강보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건보료 납부액에 맞춰 네 그룹으로 나눈 뒤 소득에 따른 자살 관련성을 살펴봤다.
그 결과 당뇨병 발병 여부에 상관없이 소득이 낮을수록 자살률은 높았다. 당뇨병은 앓고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보다 자살률이 높아졌다.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그룹은 비당뇨인보다 당뇨병 환자 자살 위험이 1.25배 높았다.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자살 위험은 더 커졌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당뇨병이 없는 고소득층보다 자살 위험이 4.3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수준이 낮은 상태가 오래 지속된 당뇨 환자일수록 자살 위험은 더 높아졌다. 연구를 진행한 기간 동안 하위 25% 저소득층에 속한 횟수가 5회인 사람들의 자살위험은 저소득층에 속하지 않은 비당뇨인의 2배였다.
소득수준이 자주 바뀌는 것도 당뇨 환자의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소득 변동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더니 소득 변동이 가장 적은 당뇨 환자 그룹의 자살 위험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1.21배 높았다. 소득 변화가 가장 큰 그룹은 당뇨 환자의 자살 위험이 비당뇨인보다 1.89배 상승했다.
차봉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 환자가 장기간 투병생활을 하면 직장 생활 어려움, 실직, 경력단절 등 경제적 빈곤을 호소할 수 있다"며 "저소득 탓에 생기는 개인의 우울증은 가정 불화나 가족 간 유대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자살로 이어지곤 한다"고 했다.
학회 측은 생활고 등으로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당뇨병 환자를 조기 선별해 지원책을 펴는 등의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차 이사장은 "당뇨병 환자는 나이 들면서 합병증 등으로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면서 "정부가 당뇨병 환자의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이들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도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오는 12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해 급증하는 국내 당뇨병 환자 현황과 지원정책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해당 심포지엄에선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주사제 관련 내용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