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가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 경찰에 입건됐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이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터라 더불어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 씨는 사고 약 8시간 전인 전날 오후 6시 58분경 이태원역에서 약 90m 떨어진 한 미슐랭 소고기 전문점에 도착한 뒤 옆 가게 앞에 차를 주차했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문 씨가 주차한 이 구역은 황색점선으로 표시돼 있어 5분 이상 주차가 불가능하다. 현장에서 단속됐을 경우, 과태료 4만원이 부과되는 불법주차다.
약 7시간가량 길가에 불법주차를 한 문 씨는 5일 오전 2시 21분경 비틀비틀 자신의 차로 걸어가 운전석에 앉았다.
이후 이태원역 1번 출구 방향서 우회전 차선에서 좌회전한 뒤, 차선 변경 도중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고 사고로 택시 기사는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문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면허 취소 기준(0.08%)의 두 배에 가까운 0.14%였다.
문 씨가 몰던 캐스퍼는 노사상생형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생산된 1호 모델로 문 전 대통령이 2021년 10월 재임 시절 구입한 차량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캐스퍼를 올해 4월 딸에게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8월 제주의 한 경찰서는 각종 과태료 미납 탓에 이 차량에 대해 압류 조치를 결정했으나 실제 압류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7일 문 씨의 음주운전 사고를 연일 비판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음주운전을 살인으로 규정하고 처벌 강화를 지시한 사실을 계속 거론했고, 문 전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극렬 지지자들은 '(다혜 씨의 음주운전은) 검찰이 괴롭힌 탓'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이 꽉 깨물고 굳이 한 번 이해해보려고 한다면 검찰수사를 앞두고 술은 마실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음주운전까지 변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당시에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고 말씀하셨다"며 "그 말씀을 국민들께서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 씨가 이날 찾은 미슐랭 소고기 전문점은 주차장을 따로 마련해두지 않고 인근 주차장 이용 시 1시간만 주차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새벽까지 약속 시간이 길어질 것을 예상한 문다혜 씨가 주차장 이용 대신 불법주차를 택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해당 소고기 식당은 밤 10시 50분에 영업이 종료되기 때문에 새벽까지 이어진 음주는 다른 장소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만취 상태의 문 씨가 차량으로 이동해 운전석에 올라탈 때 술자리 동석했던 일행은 없는 상태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