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단위 고객들이 즐길 만한 수십가지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인플레이션은 치명타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식자재값, 인건비 등이 급등해 수익성 악화 추세를 반전시키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아서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패밀리 레스토랑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에선 최근 '메뉴 다이어트'가 화두로 떠올랐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많은 메뉴를 단순 명료화함으로써 1차적으로는 비용을 줄이고, 더 나아가 요리에서부터 서빙에 이르는 매장 내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겠다는 의도다.
7일 일본 도요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제리아는 2023~2024 회계연도 3분기에 13억4400만엔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이 회사는 15억7700만엔의 영업손실을 냈다.
1년 만에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 데엔 패밀리 레스토랑이란 업태를 '패스트 캐주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일본 외식업계의 시각이다. 사이제리아 측은 패스트 캐주얼을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저렴하고 패스트푸드보다 정성 들인 요리를 먹을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한다.
이런 변화의 핵심은 저가 전략 유지와 메뉴 수 축소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 속에서 가격 인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저가 전략은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에 비해 큰 강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레스토랑의 대표 상품인 '밀라노풍 도리아'의 가격은 300엔(약 2700원)에 불과하다. 또한 메뉴 수 축소는 매장 운영을 효율화해 저가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메뉴 수를 줄이면 주방 공간과 전체 매장 면적의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무제한 새우요리 제공으로 지난 5월 파산해 화제가 된 미국의 패밀리 레스토랑 레드 랍스터도 비슷한 방향으로 위기 극복을 모색 중이다. 이 레스토랑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차이니스 레스토랑 P.F 창 출신 다몰라 아다모레쿤 최고경영자(CEO)는 "새우는 (20달러에) 무한정 제공하기에는 매우 비싼 제품"이라며 "사람들이 새우를 먹으러 와 몇 시간 동안 앉아서 가능한 한 많은 새우를 먹으며, 주방과 서버 등이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테이블을 잡지 못해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산 후 한동안 이어졌던 점포 폐쇄를 멈추고 대신 △테이블 서비스 개선 △주방 운영을 단순화하기 위한 메뉴 축소 △식당 분위기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