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3800달러(약 1억원). 제네시스의 2025년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3.5T(380마력)의 미국 판매 가격이다. 럭셔리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동급 SUV보다 높은 가격이다. 품질과 성능, 브랜드 파워에서 독일 브랜드에 뒤질 게 없다는 현대자동차의 자신감을 가격에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미국 자동차 가격 비교 플랫폼 카즈닷컴 등에 따르면 제네시스 미국법인은 올해 6만4850달러로 책정한 GV80 3.5T 2025년식 판매 가격을 1만달러 가까이 끌어올렸다. GV80은 미국에서 연간 2만 대 넘게 팔리는 볼륨 모델이다.
이에 따라 GV80 가격은 경쟁 모델보다 높게 형성됐다. 벤츠가 GLE 450 4MATIC 2025년식(375마력)의 미국 판매 가격을 올해보다 2000달러 높은 7만1350달러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BMW도 X5 PHEV 2025년식(375마력)의 가격을 올해 연식 대비 600달러 인상한 7만3100달러로 정했다.
제네시스가 GV80 3.5T 가격을 벤츠와 BMW의 동급 차량보다 700~2450달러 비싸게 정한 건 판매에 문제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품질과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에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진출 첫해인 2016년 6948대에서 2022년 5만6410대로 여덟 배 넘게 늘었다. 제네시스보다 30년 먼저 미국 시장에 뛰어든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4만6619대)를 단숨에 추월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제네시스 판매량은 5만1936대로 작년 기록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해 판매량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2027년부터 G70, G80, G90, GV70, GV80 등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롭게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고성능 모델도 추가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세계적인 자동차 내구 경주 대회 ‘르망 데이토나 하이브리드(LMDh)’에 제네시스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제네시스의 고성능 모델인 ‘마그마’가 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LMDh는 유럽을 대표하는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와 북미 내구 레이스의 상징인 데이토나 24시 등에 모두 출전할 수 있는 대회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 “앞으로 고성능 럭셔리카가 제네시스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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