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중동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잃어버린 10년’을 다시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세르게이 섬킨 라이히만대 경제학 교수는 “첨단 기술 기업이 (전쟁 장기화로) 타격을 받아 향후 수년간 연 3.5%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면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뿐만 아니라 국방비도 충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4차 중동 전쟁이 발발한 1973년 국내총생산(GDP)의 28.9%를 국방비에 썼다. 이는 전년보다 9.8% 늘어난 수치다. 국방 이외 분야 투자가 감소하면서 그전까지 두 자릿수이던 이스라엘 경제성장률은 1974년부터 10년간 연평균 3.5%로 떨어졌다.
현재 이스라엘이 전쟁에 쓰는 비용도 이에 못지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내년 말까지 전쟁에 쓸 비용을 670억달러(약 90조원)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명목 GDP의 11.8%다. 올해 이스라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전년(5.3%)의 2배로 늘어난 9.0%로 전망된다.
길어지는 전쟁은 이스라엘 경제의 핵심 엔진인 테크 사업을 다각도로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연 3.9%대이던 10년 만기 이스라엘 국채 금리는 1년 만에 연 5%까지 치솟았다.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이스라엘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과 국방 예산 증가에 따른 예산 적자 확대 등이 반영됐다. 무디스는 지난달 이스라엘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Baa1로 두 단계, 피치는 지난 8월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테크 기업 주축인 젊은 고학력 인재도 이스라엘을 떠나고 있다. 45세까지 참여해야 하는 예비군 병역에 대한 부담,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피해 미국 등으로 기업과 인력이 유출되고 있다. 이스라엘 기업 분석 업체 코페이스BDi는 올해 이스라엘 기업 6만 개가 폐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대부분이 5인 이하 기술 스타트업으로 집계됐다.
카르니트 플루그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국방비 부담을 위한 세금 인상과 비국방 지출 삭감은 고학력 테크 기업인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예루살렘 성지순례로 유명한 이스라엘 관광산업도 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8월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해외 관광객은 6만88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6.1% 줄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