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민간 건설사의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중국 시멘트 기업이 이를 기회 삼아 노골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호시탐탐 국내 건설 시장 진입을 노리던 중국 시멘트업계는 이번 국토교통부 발표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멘트 가격을 잡기 위해 꺼내 든 정책 카드가 국가 기간산업을 중국에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여러 중국 시멘트 기업이 최근 한국시멘트협회에 국토부 대책을 확인하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들은 ‘중국 시멘트 수입을 한국 정부가 나서서 장려하는지’ ‘실제로 한국 건설사들이 중국 시멘트를 수입할 의사가 있는지’ 등을 문의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 시멘트업계 고위 간부가 방한했는데 ‘우리는 한국 시멘트 회사를 인수할 용의까지 있다’고 해 간담이 서늘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개된 ‘건설 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에서 시멘트를 수입할 때 필요한 항만 시멘트 저장 시설 인허가, 내륙 유통 기지 확보 등을 도와 중국산 시멘트의 국내 유통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건설사 자재 구매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지난달 회의를 열고 중국산 시멘트 중개 업체 썬인더스트리를 통해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건설자재직협의회는 썬인더스트리를 거쳐 2026년부터 시멘트를 연간 78만t 수입하고 점차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업계가 국내 시장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자 국내 시멘트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최대 시멘트 회사 쌍용C&E가 상장폐지된 뒤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 중국 시멘트업계의 먹잇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쌍용C&E 최대 주주 한앤컴퍼니는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한 뒤 지난달부터 자회사인 쌍용기초소재와 한국기초소재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저가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중국 전략을 볼 때 수입을 시작하기만 하면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시멘트업계가 공멸하면 중국은 당연한 수순으로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릴 게 뻔하다”고 꼬집었다.
국내 시멘트 가격은 중국보다 비싸지만 미국 유럽 일본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국제 시멘트 가격은 t당 평균 15만원이다. 국내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11만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멘트업계에선 환경 규제 때문에 설비 투자를 하려면 각 사의 실탄 확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시멘트 수입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멘트는 특성상 장기 보존과 유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멘트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도입보다는 가격 협상 용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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