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인기 지역 선호도가 강해지면서 이름에 지역명을 넣어 '개명'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집값 상승기와 맞물려 이름을 바꾸고 집값이 수억원 뛰는 경우도 나오면서 입주민들의 아파트 개명 전략이 효과를 내는 모양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고양시 덕양구 동산동 '삼송호반베르디움22단지'는 최근 단지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시공사 호반건설의 과거 브랜드 '베르디움'을 최신 브랜드인 '써밋'으로 바꾸고 인근에 들어서는 창릉신도시의 이름을 따서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후보군으로는 ‘호반써밋창릉’, ‘창릉호반써밋’, ‘창릉호반써밋센트럴파크’ 등이 추려졌다.
창릉신도시는 고양시 덕양구 동산동, 용두동, 화전동, 성사동, 도내동 등지에 약 3만5000호 규모로 조성된다. 삼송지구와 원흥지구, 화정지구 등 창릉신도시 인근 택지에서는 2027년부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구시가지로 비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파트 이름에 창릉을 추가하면 노후 아파트라는 인식을 회피하면서 신도시와의 연계성을 강조할 수 있는 셈이다.
동산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법정동인 동산동과 용두동의 행정동은 창릉동"이라며 "행정동의 이름을 따오는 것인 만큼 문제가 될 요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단지가 창릉천을 경계로 다른 삼송지구와 단절돼 있고, 창릉신도시 일자리 부지와 붙어있기에 향후 개명하면 창릉신도시로 인식될 것"이라면서 "주변 다른 단지들도 개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개명은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도 쓰인다. 아파트 이름만 인기 지역으로 바꿨을 뿐인데 집값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가격이 수억원씩 뛰는 사례도 허다하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왕십리금호어울림'은 지난해 10월 '마장동금호어울림'에서 현재 이름으로 개명했다. 축산물 시장의 이미지보다 교통 요지의 이미지를 가진 왕십리가 아파트 가치를 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이름을 바꾸고 한 달 만에 13억4500만원(10층)에 손바뀜됐다. 이전 최고가 11억9000만원(17층)에서 1억5500만원 뛴 가격이다. 지난 6월에는 14억1000만원(11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개명 전과 비교하면 2억2000만원 오른 셈이다.
인근 '마장삼성'도 올해 3월 '왕십리삼성'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8억원(10층)에 거래됐던 이 아파트 전용 59㎡ 가격은 지난달 9억원(14층)까지 올랐다. 같은 지역 '마장중앙하이츠'도 지난해에는 7억7000만원(20층)에 팔렸지만, 올해 7월 '왕십리중앙하이츠'로 이름을 바꾸고는 지난달 8억6700만원(15층)으로 가격이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앞서 이름을 바꾼 아파트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개명 열풍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 서구 불로동 ‘힐스테이트 불로 포레스트’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는 최근 ‘힐스테이트 검단 포레스트’로 아파트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불로동이 검단신도시에 속하는 만큼 이름에 굳이 불로를 넣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불로동 일대 아파트들은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 ‘검단신도시우미린클래스원’ 등 검단신도시 명칭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개명이 아파트 가격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후광효과를 내고자 해당 지역에서 가장 좋은 이름으로 아파트를 개명하려는 수요가 꾸준하다"며 "이름만 바꾼다고 아파트의 내재가치가 오르진 않지만, 집값 상승기에는 가격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