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6일 14: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영풍정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다. 최근 일주일 동안 영풍 주식 300억원어치를 매각한 것이다. 이 같은 매수·매도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영풍 주가는 하락하고, 영풍정밀 주가는 더 뜀박질할 전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 주가는 지난 4일에 2.68% 떨어진 34만5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4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영풍 주가는 경영 분쟁이 불거진 지난달 20일 장중에 64만9000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를 보이면서 반토막 가까이 빠졌다.
이 회사 주가가 내리는 것은 최윤범 회장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는 것과 맞물린다.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최 회장 일가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영풍 주식 7만9300주를 298억원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37만6597원이다.
고려아연과 영풍 등 영풍그룹은 황해도 출신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는 동업해 세운 회사다. 이들의 후손인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와 최 회장 일가는 영풍과 고려아연 그룹 계열사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영풍의 경우 장 고문 일가가 지분 52.62%를 보유 중이다. 최 회장 일가는 17.81%(영풍정밀 보유 지분 포함)를 쥐고 있다.
고려아연을 놓고 최윤범 회장 일가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영풍 지분의 전략적 가치는 거의 없다. 그만큼 최 회장 일가가 영풍 주식을 앞으로도 매각할 전망이다.
최 회장 일가는 영풍 주식 매각자금으로 계열사인 영풍정밀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 최 회장 일가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이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각각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영풍은 지난달 영풍정밀을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최 회장 일가는 이달 2일 특수목적회사(SPC)인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주당 3만원에 대항공개매수에 나섰다. 영풍도 지난 4일 공개매수가를 3만원으로 재인상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제리코파트너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3만원인 공개매수가를 인상해 영풍의 추격을 뿌리칠 계획이다. 제리코파트너스는 공개매수가 인상을 위해 최 회장 일가로부터 실탄을 조달할 전망이다. 최 회장 일가는 영풍 매각자금 300억원을 제리코파트너스에 출자·대여하는 형태로 공개매수 재원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영풍정밀 주가의 상승 여력이 커질 전망이다. 영풍정밀 주가는 4일 25.15% 오른 3만1850원에 마감하면서 영풍·제리코파트너스 공개매수가(3만원)를 웃돌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