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사실상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자 개인투자자가 몰린 코스닥시장이 출렁였다. 주식시장 참가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도입 여부 결정이 또 한번 미뤄지면서 증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야당 당론으로 알려진 ‘금투세 유예’ 대신 ‘폐지’를 선택해야 2~3년 뒤 올해와 같은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4일 코스닥지수는 0.90% 상승한 768.9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금투세 유예 혹은 폐지가 결정된다는 기대감에 오전 장중 1.7% 넘게 상승하기도 했지만, 오후 민주당이 결국 결정을 유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수는 상승분을 급격히 반납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 여부 결정이 또 한번 미뤄지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금투세 유예가 아니라 폐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아무리 대통령 선거 등으로 인해 도입이 쉽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유예하는 쪽으로 결정이 난다면 2~3년 뒤 올해 시장 참가자들이 겪은 혼란을 또 한번 겪어야 한다”며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선 선제적으로 금투세를 폐지하는 쪽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수백억원 이상 주식 자산을 굴리는 자산가 중 금투세가 시행되면 즉각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 해외에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많다”며 “금투세가 폐지되지 않고 유예된다면 2~3년 뒤에도 큰 규모의 투자 자금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불안이 증시를 짓누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자 야당이 쉽사리 동조하지 않고 좌고우면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나쁜 성적을 내고 있는 시장에 정치적 논리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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