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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소더비 회장마저 속아 넘어간 8000만불짜리 위작 사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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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중 하나인 소더비 경매에서 2011년 프란스 할스의 초상화 ‘미상의 남자’가 1100만달러(약 145억원)에 팔렸다. 그런데 이 작품은 낙찰 뒤 위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더비는 배상 책임을 놓고 판매를 위탁한 그림의 원소유주와 법적 공방을 시작했다. 원소유주는 본인도 속아서 작품을 구입했고, 낙찰자와 계약한 주체는 소더비기 때문에 판매 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소더비의 손을 들어줬다. 소더비가 그림의 원소유주와 위탁매매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작품의 진위를 명시적으로 보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진 인하대 로스쿨 교수가 쓴 <미술관에 간 법학자>는 위의 사례를 통해 상법상 위탁매매인 개념을 설명하고, 미술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인 문제를 풀어놓는다.

책은 ‘미술계의 리먼 사태’로 불리는 거액의 위작 사기 사건도 소개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갤러리였던 뇌들러 갤러리가 로살리스란 미술품 중개인에게 속아 40점의 위작을 구입해 백만장자들에게 고가에 판 사건이다. 당시 총 사기 금액은 8000만달러에 달했고, 피해자 중엔 도미니코 드 솔레 소더비 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기본권의 역사도 설명한다. 프랑스 출신 인상파 화가 카유보트의 ‘마루를 깎는 사람들’을 통해 노동권을 이야기하고, 클림트의 ‘삶과 죽음’에선 존엄사의 법리적 해석 및 입법적 대안을 제시한다. 미국 화가 휘슬러의 ‘검은색과 황금색의 야상곡-떨어지는 로켓’이란 추상화에선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 간 법익 충돌 문제를 다룬다.

예술과 음란에 관한 논쟁도 법학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한다. 마네의 대표작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1883년 살롱전에서 그림 속 누드 여성 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공교롭게도 이 살롱전에서 1등을 한 작품은 카바넬이 그린 ‘비너스의 탄생’이다. 신화 속 여신의 누드는 예술이지만, 일반 여성의 벗은 몸은 외설로 폄하된 셈이다. 이 같은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에선 미술사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나체를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학교장이 사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밖에 책은 색깔의 독점 사용에 얽힌 특허권과 상표권 문제, 밀레의 ‘만종’과 이중섭의 ‘소’와 관련한 추급권, 문화재 반환 문제 등 미술과 법에 얽힌 25가지 논쟁을 담아냈다. 글과 함께 실린 100여 컷의 명화 도판도 볼거리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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