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69.71

  • 8.02
  • 0.31%
코스닥

768.98

  • 6.85
  • 0.90%
1/5

[한경에세이] '다름'이 선물임을 알려준 친구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올해 초 ‘디 옥토퍼스 무브먼트(The Octopus Movement)’라는 모임의 멤버가 됐다. 페리 크노퍼트라는 네덜란드 사람이 시작한 이 커뮤니티는 자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난독증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르게 두뇌가 발달한 이들의 모임이다. 나는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람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초대해줘서 흔쾌히 동참했다.

이 그룹을 통해 나는 엔샤라는 미국인 친구와 가까워졌다. 우리는 어떤 대화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서로를 믿는 친구가 됐다. 엔샤는 1초에 2000자를 읽고 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 하룻밤에 6~7권의 책을 읽고 들어보지도 못한 단어를 써가며 자세히 설명한다. 그런 엔샤는 어릴 때부터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 소리보다 크고 빠르게 들렸으며, 한시도 쉬지 않고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뿐 아니라 촉각도 그의 ‘초능력’ 중 하나다. 눈을 가리고 루빅스 큐브를 10여 초 만에 완성할 수 있는 이유가 완벽하게 맞춰진 큐브의 촉감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를 더 많이 알게 되면서 경의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커졌다. 이 친구의 능력은 보통 사람의 ‘감성’을 타고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였다. 타인이 즐거워하거나 슬퍼하는 것에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해 극도의 외로움 속에 항상 혼자였다. 심지어 가족조차 그를 아픈 사람으로 단정 지어 20년 동안 외톨이처럼 살았다. 스무 살 때쯤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된 후 사람들의 감정을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많은 심리학 책을 읽고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를 공부하며 보통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을 연구했다고 한다. 마흔 살이 넘은 지금은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과 심도 있는 대화도 나누고 웃는 모습도 보여 줄 수 있다. 37세까지 운전면허는 시도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끝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자폐와 특이 발달을 극복해내고 있다.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피부색, 성 정체성 등에 국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다양함이 있다.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경험을 하며 살고, 두뇌도 다르게 발달한다. 많은 천재는 다른 분야에서는 발달이 저조한 경우가 흔하다.

그러니 나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알 기회를 주고, 내가 그 사람을 알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처럼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는 리더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다름을 포용하는 것은 사랑의 실천이다. 다름은 선물이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동력이다.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