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 드럼통 살인사건’의 피의자 3명에 대해 경찰이 예외적으로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도 살인자 신상공개를 강력히 원했지만 공개되지 않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경찰청은 지난 2일 태국 파타야 살인사건의 마지막 피의자인 김모 씨(39)를 창원지검에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송치했다.
김씨 등 총 3명의 공범은 지난 5월 태국 방콕의 클럽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 관광객(34)을 렌터카에 태워 파타야로 납치한 뒤 살해하고 대형 플라스틱 재질의 드럼통에 시멘트와 함께 넣어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김씨 등에 대한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경찰은 범죄 사실이 중한 살인 사건 피의자의 신상을 국민적 관심이 크고, 죄질이 매우 나쁘며, 유족이 원할 경우엔 대부분 공개해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중 잔인한 살인사건 중 유일하게 신상공개 안한 사례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지 못한 이유는 3명의 공범이 시간차를 두고 따로따로 붙잡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명의 진술이 다 엇갈리면서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 못했고, 결국 신상공개를 해야할 요건을 충족 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붙잡힌 살인자 A씨는 지난 5월 12일에 국내에서 붙잡혔다. 두 번째는 범인 B씨는 캄보디아에서 지난 5월에 붙잡혔지만, 7월 10일에 야 국내로 송환됐다. A씨와 B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있다. 베트남에서 지난 9월에 붙잡힌 살인자 김씨는 지난달 24일 국내로 송환됐다.
당시 경찰은 A씨와 B씨를 따로따로 조사했다. 이들은 “내가 살인을 주도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상대가 살인을 주도했고 자신들은 동조범이라고 발뺌을 한 것이다.
구속 수사시 제한 시간 내 수사를 마무리해야하는 경찰과 검찰은 어쩔 수 없이 수사를 마무리 못한 채 기소했다. 결국 법정에서 셋을 대질 하는 식으로 죄질이 가려지게 됐다. 현행법상 수사 중에만 신상공개를 할 수 있는데, 수사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신상 공개 자체가 막혔다는 분석이다.
유족들은 범인 신상공개를 강하게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상공개 제도를 꼼꼼하게 보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 재판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신상공개가 필요하다’고 추후에 요청해도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되려 불법인 사적 제재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살인자 3명에 대한 신상이 공개된 상태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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