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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과학을 사실적으로 그리려면 먼저 공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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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영화 속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등장한다. 작가들은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직접 체험도 하고 전문가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 준비를 하고도 잘못 그리거나 어설프게 표현해 지적받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작가들은 과학을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지 않을까. 모두가 작가이자 독자인 시대, 〈장르작가를 위한 과학가이드〉를 참고하면 제대로 쓰고 제대로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네이처>를 비롯한 유명 과학 저널에 공동 저자로 70편의 논문을 발표한 댄 코볼트는 유전학 연구자이자 SF 작가다. 댄 코볼트는 서문에서 “유전학은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며 “다른 작가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의무감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40명의 과학자가 쓴 59가지 이야기
이 책은 40여 명의 과학·의학·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해 총 59가지 주제의 ‘기본 개념을 다루고, 일반적인 오해를 제시하며, 세부 사항을 바르게 파악하기 위한 팁’을 제공한다. 초광속 여행, 냉동보존, 에너지의 미래, 기후변화, 사이보그, 홀로그램, 야생동물, 곤충, 조현병, 치매, 좀비 미생물학, 전염병 등 실로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작품 속에 과연 어떤 오류가 있었길래 댄 코볼트는 도움을 주고 싶었을까. ‘적절한 실험 방법’ 편을 쓴 핵 물리학자 레베카 엔조는 세계적으로 히트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시고니 위버가 피펫을 잘못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양의 액체를 얻은 후 피펫을 거꾸로 든 것이다. 피펫에 방사성 물질이나 산을 옮기려 했다면? 과학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몸서리치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야생동물 생물학자 레베카 모리는 “나는 책, 영화, TV에서 야생과 관련된 오류를 짜증 날 정도로 수없이 보았다”며 북극곰이 황제펭귄과 함께 노는 코카콜라 광고를 예로 들었다. “북극곰은 북극에서만, 펭귄은 남극에서만 산다는 사실을 코카콜라 회사가 무시했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이야기에 등장시키기 전 어떤 종의 서식지와 지리적 범위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가 윌리엄 허긴스는 작품 속에서 늑대가 “학대당하고, 악용되고 오해받고, 부당한 처우를 받는” 바람에 어떤 지역에서 아예 늑대가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핵심종이자 지구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늑대를 제대로 알고 그렸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다.

작품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 때 작가나 감독은 과학적 소재뿐 아니라 사람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 캐슬린 S. 앨런은 소설에서 묘사되는 정신질환이 맞는 게 별로 없어서 민망하다며 “그 병을 앓고 있는 독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3부 ‘뇌는 하늘보다 넓다’ 편에서 조울증, 조현병, 기억, 치매, 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 정신건강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지식 습득을 위한 출발점
이 책을 통해 생물학, 물리학, 공학, 의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갖추면 기술적인 부분을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그릴 힘이 생긴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과학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실마리도 제공받을 수 있다. 곤충학자 로빈 와이스는 “곤충 캐릭터의 실제 버전을 알아보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판타지와 SF에 곤충을 등장시킨다면 드래건, 새 떼, 그리핀 같은 판타지 생물체를 압도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공포물을 쓴다면 해양 무척추동물 기생충을 찾아보라는 충고도 있었다.

59편의 과학 지식을 담은 〈장르작가를 위한 과학가이드〉는 스카이넷, 로켓과학, 스타워즈와 미래까지 다양한 분야를 쉽고 친절하게 소개한다. 장르작가뿐 아니라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과학의 영역이 대단히 폭넓다는 걸 깨닫게 되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이점도 있다.

짧은 글에서 쉽지 않은 각각의 주제를 넓고 깊게 논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각 분야를 시작하는 방법, 질문하는 방법, 다루고 있는 주제에 관한 추가 정보를 찾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 책은 과학에 관한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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