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거대한 지식의 보물 창고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창고 안에는 세계 각국의 첨단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빼곡히 쌓여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창고를 온전히 활용할 수 없다.
작년 말 한 중소기업이 이 보물 창고의 문을 열고 값진 성과를 얻었다.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 국내 최초로 ‘극저온 LNG 펌프용 베어링’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과 유럽 업체가 장악하던 시장에서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이 기업은 선도 업체의 특허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베어링 구조와 소재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 특허 기술문서인 명세서와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분야를 꼼꼼히 살펴 최적의 설계 방향을 찾아냈다. 그러면서 경쟁사의 시험장치 특허를 분석해 이 기업만의 독자적인 성능 테스트 장치를 개발하는 실마리도 얻었다.
이처럼 특허 데이터는 기업의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을 위해 활용 가능한 상세하고 체계적인 기술 정보의 보고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허 빅데이터는 이 기업에 더 큰 도전 기회도 제공했다. 그들은 이제 초저온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선에 쓰이는 초고온 베어링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상표 빅데이터의 활용은 또 다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위조상품 무역 규모가 연간 약 11조원(2022년 기준)에 이른다. 이런 막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기업은 상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위조상품 모니터링 업체들은 AI라는 첨단 도구로 상표 빅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위조 상품을 효과적으로 탐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상표 빅데이터가 기업의 권리를 보호하고,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허청의 보물 창고에는 약 5억8000만 개의 지식 상자가 존재한다. 각 상자에는 기업과 연구자들의 지혜가 담긴 최신 기술정보뿐만 아니라 기업 간 분쟁 및 기술 이전 정보가 가득하다.
하지만 이 보물 열쇠인 특허 빅데이터에도 한계가 있었다. 발명자 정보와 특허 심사를 하기 전의 데이터는 법률에 따라 접근할 수 없었다. 이처럼 봉인된 구역에 존재하는 산업별·기업별 최신 기술 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특허청은 ‘산업재산정보법’이라는 새로운 열쇠를 만들었다. 이는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만든 특별한 열쇠로, 창고에 쌓여 있는 모든 구역의 지식을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제 이 새 열쇠로 국가 핵심기술을 지키고, 경제안보를 위한 귀중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창고를 탐험할 용기와 지혜, 그리고 끈기다. 창고 문은 활짝 열려 있다. 특허청이 제공하는 새 열쇠를 바탕으로 더 많은 기업이 이 창고를 혁신과 성장의 원천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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