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사랑받아온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연 배우가 직접 감독을 맡은 극장판이 나왔다. 영화화를 결심하고 봉준호 감독에게 연출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됐는데, 영화에는 국내의 숨겨진 맛집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극장판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을 맡은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는 이 작품으로 감독 데뷔했다.
그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상영을 앞두고 3일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2년 전 이 드라마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걸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불안했다”며 “맛있게 먹는 배우로서 다양한 기회를 얻고 감독까지 맡은 것은 음식이 만들어준 기적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마쓰시게의 말처럼 극중 수입 잡화상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 고로는 일에 열중하다가도 배가 고프면 식당을 찾아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아저씨가 밥 먹는 이야기’였지만 이 점이 오히려 드라마의 매력으로 꼽혔다.
극중과 달리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간담회에 등장한 그는 “영화를 늘 동경해왔지만 상상 이상으로 힘들면서도 스릴 있었다. 지금 61살이라 앞으로 살 날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 즐거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봉 감독의 영화 ‘도쿄!’에 출연한 인연의 마쓰시게는 영화화를 결심한 초기 봉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 연출을 맡아주길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모한 시도인 줄 알면서도 부탁드렸다. 봉 감독님이 ‘시간이 맞지 않아서 어렵게 됐다. 하지만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답장해왔다”면서 “그 말을 듣고 제가 이 영화를 연출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웃어보였다.
극장판에는 한국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영화는 프랑스에 사는 노인에게서 어릴 적 먹었던 수프의 재료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고로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음식을 맛보고 국물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마쓰시게는 경남 남풍도, 거제 구조라 마을 등을 찾아 닭 보쌈과 황태해장국 등을 먹는다. 감독까지 맡은 영화에선 그가 직접 장소 및 음식을 선정하고 촬영 허가도 받아야 해 음식 코디네이터와 함께 한국을 탐험하며 촬영 장소를 찾았다고 했다.
영화에는 한국 배우 유재명도 출연했다. 맛있게 밥을 먹는 고로를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침을 삼키며 웃음을 안기는 캐릭터다. 마쓰시게는 “한국을 중심으로 영화를 찍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한국 배우가 출연하기를 바랐다”고 귀띔했다.
평소 한식을 즐기는 마쓰시게는 촬영 때가 아니더라도 한국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에선 한·일 양국의 화합을 상징하는 음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는 “후쿠오카에서 나고 자라며 한국 라디오 방송을 자주 들었고 늘 가까운 나라로 여겼다”며 “드라마를 매개로 한국과 일본의 인연이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