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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3.1조 반격에 MBK도 맞불…고려아연 ‘쩐의 전쟁’ 최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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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5조원 규모 머니게임으로 확전되며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회사 내부 현금을 활용한 수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탈 등 외부 자금을 동원해 계열사 영풍정밀 주식 대항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 들어 반격을 시작했다.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서 경영권 갈등과 관련해 공개 대항 매수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양측의 지분 확보전은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다.

법원이 10월 2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MBK보다 8만원 ↑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고려아연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자사주) 취득 안건을 의결했다. 고려아연은 10월 4∼23일 주당 83만원에 320만9009주(지분율 15.5%)의 자기주식을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총 2조6635억원 규모다.

고려아연은 향후 해당 주식을 전량 소각해 주주환원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전량 소각 방침을 내놓은 것은 배임 논란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자사주를 기존 주가 수준보다 높은 가격에 사면 특정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입은 법과 정부에서 인정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며 “자사주 매입과 전량 소각은 전체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베인캐피탈은 4300억원을 들여 공개매수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2.5%에 해당하는 51만여 주의 공개매수에 나선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의 합산 공개매수 규모는 전체 발행 주식의 18%인 372만여 주다. 전체 금액은 3조1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33.99%, 장형진 영풍 고문 측 33.13%로 비슷한 수준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지분을 18%가량 추가로 확보하면 최 회장 측 지분이 52%까지 높아져 이번 분쟁의 승기를 잡게 된다.





앞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2조2200여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매수에 돌입한데 이어 고려아연이 3조1000억원 규모의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자금 규모는 5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10월 4일 종료된다. 주당 66만원으로 시작한 매수 단가는 75만원으로 한 차례 상향 조정된 상태다. 고려아연은 여기에 맞불을 놓아 4일부터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선다. 영풍·MBK파트너스보다 8만원 높인 것이다.

고려아연 계열사 영풍정밀에 대해서는 최 회장을 비롯한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최 씨 일가가 국내 사모펀드 제리코파트너스와 손잡고 10월 2~21일까지 영풍정밀 지분 393만7500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전체 발행 주식의 25%에 해당하며 주당 3만원으로 총 1181억원이 투입된다.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가인 주당 2만5000원보다 20% 높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갖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은둔의 경영자’ 첫 공식 기자회견 등판


최윤범 회장은 10월 2일 경영권 분쟁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풍 장형진 고문 측과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 사태 이전까지 언론 인터뷰는 물론이고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둔형 경영자’로 불려왔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개매수가 단순히 최 씨 일가의 경영권 방어가 아닌 전체 주주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결정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회사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고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경우 결국 고려아연을 중국 기업이든 누구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에게 매각할 것”이라며 “영풍은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에 가담해 이용당하며 고려아연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헐값에 넘길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 지분을 투자재원으로 석포제련소 개선 등 경영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풍도 고려아연의 주주로서 자사주 공개매수에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5% 주주가 주인이면 75% 주주는 종이냐”


최 회장은 “영풍이 대주주라 고려아연 주인이라 하는데 주식회사라는 개념과, 주주를 대변하는 이사회와 이사회 권한을 받은 경영진 등의 개념을 생각할 때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주식도 별로 없는 녀석이 이런 난리를 피운다 주장하는 분들도 있는데 25% 주주(영풍)가 상장된 법인(고려아연)의 주인이라면 나머지 75% 주주들은 종이냐”고 반문했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최 회장을 가리켜 ‘직계 포함 2.2% 지분을 가진 경영대리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최 회장의 입장으로 해석된다.

그간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측 우군으로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들과 여러 프라이빗에쿼티(PE)들이 등판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고려아연 측 백기사는 베인캐피탈이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최 회장과 만남을 갖는 등 이들 대기업이 백기사로 꼽혔으나 배임 리스크에 휘말릴 수 있어 참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최 회장은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한 재무적 투자자”라며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미래 사업 방향을 적극적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과 베인캐피탈 간 주주 간 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비밀 유지 조항이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 다만 베인캐피탈과 고려아연 사이에서는 어떠한 주주 간 계약서도 없다는 점을 확인해 드린다”고 했다.




MBK,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또 상향’…고려아연도 연장전 대비 실탄 확보


고려아연·베인캐피탈 연합이 10월 4일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자신들이 설정한 공개 매수 기간인 4일까지 공개 매수가를 추가로 상향하는 카드가 남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파트너스는 10월 3일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4일부터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총 205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추가 상향함으로써 공개매수 기간은 10월 14일까지 연장된다.

시장에선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역시 상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미 3조원이 넘는 실탄을 마련한 가운데 현금성 자산 등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사내 유동자산 약 1조5000억원을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2일 결의한 3조1000억원에 더해 총 4조6000억원을 경영권 방어에 투입하는 것이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매수가 추가 상향해도 이에 대응해 공개매수가를 추가로 90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미 대항 공개매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놓은 상태로 베인캐피탈에 이어 향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추가 참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10월 2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막아달라는 추가 가처분이 향후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절차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추가로 제기하고 고려아연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극적 화해’ 물건너 갔나…남은 변수는


한편 최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협력적 관계를 회복하고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에 대해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 장형진 고문이 오해했거나 기분이 나빴다면 어린 사람으로서 죄송스러운 부분도 있고 제가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일각에선 최 회장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영풍이 공개매수를 철회하고 양측이 전격 화해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 간 경영협력계약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신고한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최대주주)인 영풍은 경영협력계약의 체결일로부터 10년간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10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MBK파트너스 외에는 팔 수가 없다. 여기에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 간 각종 소송 제기로 법적 공방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사실상 관계 회복은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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