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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만원' 초강수에도 고려아연 주가가 71만원에 머무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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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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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10월 03일 16: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83만원 자사주 공개매수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주가는 기대와 달리 잠잠하다. 전날 장중 74만원까지 올랐다가 3.63% 높은 71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기관투자가들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였다. 공개매수 기간 동안 68만~73만원 사이를 오갔는데 이는 기관이 MBK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를 가정했을 때 적정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최소 유통주식은 전체의 약 19% 수준으로 파악된다. 범 고려아연 세력(34%)과 범 MBK·영풍 세력(33%), 자사주(2.4%),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4~5%), 국민연금(7%) 주식을 제외한 규모다.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 어려운 입장인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를 고려했다.

    약 19%가 모두 MBK 연합 공개매수에 응했을 경우 이중 5% 가량은 MBK 연합이 사갈 수 없다. MBK 연합의 최대 매수물량이 14%기 때문이다. 기관 입장에선 보유 물량의 75%는 75만원에 팔 수 있지만 나머지 25%는 추후 회귀한 주가인 55만원 수준에 팔아야 한다. 이렇게 회수 성적을 고려한 적정 가격은 현 주가인 71만원으로 계산된다. 그간 기관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것을 고려해왔기 때문에 현 주가가 계속 유지돼왔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83만원 자사주 공개매수를 들고 나오면서 기관들의 셈법도 달라지게 됐다. 공개매수가가 10.7% 더 높은데다 매수물량도 전체의 18%로 더 많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보유 물량의 90% 가량을 83만원에 팔 수 있으니 기관 입장에선 무조건 응하는 게 유리하다. 이렇게 따졌을 때 적정 가격은 약 80만7000원으로, MBK 공개매수보다 13% 가량 수익을 더 낼 수 있다.

    국민연금이 예상을 꺾고 공개매수에 모두 응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주식을 더해 유통 주식이 26%라고 가정하면 이중 70%는 응찰되고 나머지 30%는 회귀한 주가에 회수할 수 있다. 이때 회귀 주가를 자사주 소각과 금융권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60만원 선으로 본다면 적정가는 76만1000원으로 MBK 공개매수가 보다 높다.

    이런 셈법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 건 '공포심'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10.7% 높은 자사주 공개매수 카드에 반색했지만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생각으로 MBK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다가 추후 법원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효력이 없다고 판단내린다면 MBK를 통해 회수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MBK는 전날 자사주 공개매수가 결의된 직후 "배임과 시세조종의 소지가 있다"며 서울지방법원에 이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자사주는 취득 후 6개월이 지나야 처분이 가능한데 이미 이전 시세인 55만원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자사주 소각도 취득가격만큼 자기자본이 감소해 부채비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관 공포를 부추긴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최윤범 회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 하나가 기관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 최 회장이 "영풍도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다"며 응모할 것을 주문했는데 '아름다운 이별'을 꾀하려 했던 최 회장의 의도와 달리 기관들은 이를 좋지 않은 시그널로 여겼다. 매입수량을 훌쩍 뛰어넘는 주식수를 보유한 영풍(지분율 25.4%)이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기관으로선 처분 물량이 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실적으로 영풍은 MBK와 주주간계약으로 공동보유 약정을 맺었고 계약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뒤에도 최 회장 측에 주식을 넘기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할 수 없다"면서도 "과거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공개매수 경쟁을 올리다 막판 화해로 주가가 3% 가량 떨어졌던 트라우마가 있다보니 기관들이 최 회장 발언에 동요한 듯하다"고 전했다.

    관건은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내일 장중 주가다.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응하기 위해선 4일 장이 마감하기 전까지 청약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공개매수 대상 주식 대부분을 들고있는 기관투자가들도 주가 추이를 실시간으로 살피며 공개매수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장이 마감하기 직전까지도 양측의 셈법이 복잡하게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는 한쪽에만 베팅하지 않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각각의 최소 매수수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공개매수 자체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는 MBK 공개매수에 응하고 일부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다. 기관투자가가 이런 전략을 쓴다면 MBK 연합이 유리하다. 공개매수 응모 수량이 MBK 연합의 최소 공개매수 수량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주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공개매수 경쟁이 불붙는 경우다. MBK는 4일 공개매수 마감일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75만원을 뚫으면 공개매수가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기관들의 공개매수 응모 비율이 6.96% 미만이면 새로운 공개매수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도 추가로 베팅에 나설 수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공개매수가 끝난 뒤에도 양측 누구도 확실히 이기지 못한다면 장중에서 지분 경쟁이 벌어져 주가가 이상 급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MBK가 추가로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가처분 소송도 변수 중 하나다. 재판부가 인용 결정을 내리면 자사주 공개매수는 제동이 걸린다. 다만 앞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을 내렸던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에서 다시 심리할 예정이란 점에서 재판부가 전과 같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재부 세제 고위관료 출신 관계자는 "법원 판례는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회사가 자기주식 취득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라며 "재판부가 앞선 결정을 깨고 인용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일단 금감원에 공개매수신고서가 수리되고 공시가 되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둘러싼 의구심이 한순간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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