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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산 넘어 산' 댓글 국적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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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댓글 하나를 올릴 때마다 중국 정부에서 5마오(약 90원, 10마오=1위안)를 받는다고 해서 붙여진 우마오당(五毛黨). 2004년 세상에 알려진 뒤 중국 내 여론을 중국 정부 입맛대로 바꾸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대만 선거에서 반중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는 등 해외 정치 개입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육성한 ‘키보드 전사’들이 진화한 건 2010년 이후다. 애국적 MZ세대가 주축이 된 자발적 댓글부대가 대거 친중 온라인 여론 조성에 합류한 때다. 이들은 쯔간우(自幹五·자발적 우마오)와 샤오펀훙(小粉紅·작은 붉은 팬덤), 펀칭(憤靑·분노 청년) 등으로 불리며 스포츠와 문화, 역사 분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국내 포털사이트가 중계한 한국과 중국의 축구 경기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게 대표적 예다.

최근엔 중국 관제 댓글부대와 자발적 댓글부대가 합심해 경제 부문에서도 ‘중국몽’을 설파 중이다. 홍석훈 창원대 교수 등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에서 확보한 77개 중국인 추정 계정을 분석한 결과가 잘 보여준다. 이들이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 관련 기사에서 한국산을 폄하하고 중국산을 호평하는 댓글을 대거 단 정황이 뚜렷하다. “한국산은 무조건 거른다”거나 “중국 거 한번 타 봐야지” 같은 의도가 노골적인 댓글이 넘친다.

‘인지전’으로 불리는 중국발 여론 조작 위험이 커지자 댓글에 국적을 표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엊그제 인터넷 댓글 작성자의 접속지 표시를 의무화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도 지난해에 이어 올 1월 같은 취지의 법안을 재발의했다.

사이버 공간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좋은 취지지만 여전히 논쟁적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만만찮고 가상사설망(VPN)을 우회하면 인터넷 접속 장소를 식별하기 힘든 문제도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강하다. 의심스러운 댓글의 국적을 확인하려면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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