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과세, 물줄기는 돌려세웠다”
2016년 23.5% 수준이던 국민부담률은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2022년 29.7%까지 급등했다. 2022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높은 연간 상승폭(1.8%포인트)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OECD 국가의 평균 국민부담률은 0.2%포인트 줄었다. 복지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지만,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많았다. 5년간(2018~2022년) 명목GDP가 13.9% 증가하는 동안 조세부담액과 사회보장기여금(공적연금과 4대 보험)은 각각 36.1%와 37.2% 급증했다.그 배경엔 소득세, 종합부동산세·취득세·양도소득세, 법인세 등의 연쇄적인 인상이 있었다. 자산가 및 고소득자, 대기업의 세금이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경기 회복으로 예측보다도 세금이 더 걷히면서 지금과 반대로 대규모 ‘초과 세수’까지 있었다. 여기에 4대 보험 부담도 급격히 커졌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부담이 138.5% 치솟았고, 고용보험(53.9%), 건강보험(42.5%), 지방세(40.7%) 순으로 국민 부담이 크게 늘었다. 무리한 확장 재정의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반영된 지난해엔 총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13.1%(약 52조원) 줄었다. 전년 대비 법인세는 22.4%, 소득세는 10%, 종합부동산세는 32.4% 감소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징벌적 과세 개편,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한 감세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 경기 둔화로 법인세 등 세수가 감소한 영향도 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전 정권의 방만 재정 운용이 나라 곳간을 거덜내고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떠안겼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징벌적 수준이던 과세를 효율화·정상화하면서 국민의 어깨를 짓눌렀던 세 부담이 한층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 없이 조세 부담만 커지면서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가파르던 상승 기울기가 꺾였다는 점에서 재정 구조조정을 할 모멘텀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미래 부담 줄여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돼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감세 정책과 각종 사회보험료 동결로 일시적인 국민 부담은 줄었지만, 지출 구조조정이 동반되지 않으면 재정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사회복지 재정 지출은 현 정부 들어서도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73조원에서 3년 만인 2023년 약 205조원으로 세 배가량으로 급증했다. 10년 전 100조원이 안 되던 사회보험료 부담액도 올해 196조원에 이어 내년 20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8년엔 24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을 늘리기보단 정부 지출 구조조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조적으로 사회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세금까지 증가하면 국민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민 세 부담이 줄면 민간에 자금이 돌아 투자가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 경제가 더 활성화된다”며 “일시적으로 세수 결손이 발생했지만 감세 기조를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사회보험 전반의 지출 효율화 등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며 “특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재정 사정이 심각한 부문에서 급여 체계 개편이 없다면 막대한 부채를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