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한 달, 길게는 7년까지 고인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게 VIP 장례입니다."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 VIP 의전팀 소속 남상윤(48) 팀장과 백환준(46) 실장은 "삼부 요인이나 창업주 등 정·재계에서 획을 그은 분들의 죽음을 의미 있게 장식하려는 취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 팀장은 "빈객들의 조문 시간, 응접실의 규모, 장지 등 디테일한 장례 절차까지 미리 조율해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고 있다"며 "해마다 2~5번 정도 VIP 의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본격화한 VIP 의전…돌발 상황에도 '이상 無'
두 사람이 VIP 장례를 전담한 건 2019년 프리드라이프에 의전팀이 생기면서다. 남 팀장은 "주요 명사들이 작고했을 때 꾸려지던 태스크포스(TF)팀이 이때 본격적인 체계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프리드라이프에선 현재 두 사람을 포함해 총 3명이 의전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필 국무총리를 비롯해 가수 현미, 유상철 전 인천유나이티드 감독 등이 두 사람의 손길을 거쳤다.VIP 장례를 진행하며 백 실장은 "화려한 삶처럼 보이는 연예인들도 각자의 고충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한 줌의 재로 돌아갈 땐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와닿았다"고 말했다. 남 팀장은 "가족보다도 수행 비서나 총무팀을 통해 VIP 장례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 장례와 다를 바 없이 유가족들도 한마음으로 고인을 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돌발 상황'을 꼽았다. 남 팀장은 "기상 악화로 예정된 장례 방식을 불가피하게 바꿔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매장을 하기로 한 고인의 장례를 유가족의 요청으로 급작스레 화장을 진행할 때는 서너시간 내에 일정을 소화해야 해 애를 먹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백 실장은 "여러 디테일을 챙겨야 하는 VIP 장례는 일반적인 장례보다 몇 배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며 "그럴수록 매뉴얼을 살피거나 평소에 체력 관리를 하는 등 기본을 충실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VIP 장례를 진행하는 건수는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기준 약 7배 늘었다. 남 팀장은 "최근 인공지능(AI)을 장례 절차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며 "고인의 목소리와 사진을 AI가 학습해 추모 영상을 구현하는 프리드라이프의 '리메모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리메모리는 업계 최초로 AI를 추모 절차에 녹여 낸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VIP 장례 표본 만들어 낼 것"
상조업계에 발을 들인 계기에 대해 두 사람은 "누군가를 돕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목사로 활동해 온 백 실장은 "아버지와 장인어른의 마지막을 모시며 장례지도사가 보람된 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남 팀장은 "장례를 맞닥뜨린 유가족들의 뒷바라지를 해 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장례지도사를 업(業)으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죽음에 대해선 "누구에게나 언젠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남 팀장은 "장례는 내가 살아있게끔 해준 망자들을 위한 고마움의 표시"라며 "망자의 혼령을 위해 예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궁극적인 목표는 'VIP 장례에 표본이 되는 매뉴얼 만들기'다. 남 팀장은 "VIP 장례의 기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며 "앞으로도 정성을 다해 VIP를 모시며 누구나 쉽게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의 기준을 세워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