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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콜라 마셔요"…MZ들 사이 불티나게 팔린 음료 [김세린의 트렌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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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탄산음료입니다. 하지만 부동의 2위를 지키던 펩시가 이제 닥터페퍼(Dr.Pepper)에게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방송 CNN이 이런 보도를 내고 탄산음료 브랜드 ‘닥터페퍼’의 성장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오랜시간 변화가 없던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는 내용인데요. CNN은 “일부 마니아층에만 사랑받으며 고전하던 닥터페퍼가 젊은이들 사이 콜라를 대체할 인기 브랜드로 급부상했다”고 짚었습니다. 최근 한 미국 광고 마케터는 “닥터페퍼의 인기가 이 추세대로면 단숨에 코카콜라를 앞지를 것”이라고도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이어오던 닥터페퍼가 주목받고 있는 건 독특한 취향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긱슈머’들 덕분인데요. 긱슈머는 괴짜를 뜻하는 ‘긱’(Geek)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대중적이지 않은 아이템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취향을 표현하는 소비자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대중적인 상품이 아닌 비주류 상품을 찾아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긱슈머들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닥터페퍼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펩시 누른 닥터페퍼, ‘긱슈머’ 덕분이었다
최근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건 닥터페퍼입니다. 닥터페퍼는 체리와 바닐라를 포함해 23가지 맛을 담았다며 독특한 풍미로 잘 알려진 음료입니다. 1885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설립된 닥터페퍼는 코카콜라와 펩시가 수십 년에 걸쳐 경쟁하는 동안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헌신적’ 소비자층을 확보해나갔습니다. 1970년대 들어 ‘독특한 맛’을 내세운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새로움으로 승부 보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하지만 긴 브랜드 역사와 비교하면 닥터페퍼는 소수에게만 사랑받은 비주류 제품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2004년의 경우 닥터페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57%로 코카콜라와 펩시, 스프라이트, 다이어트 코카콜라에 밀려 5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여러 외신 매체는 이를 두고 “차별화된 제품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개성을 추구하는 MZ(밀레니얼+Z)세대를 제대로 겨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영향력을 키워가던 닥터페퍼는 2018년 미국 커피 제조 회사 큐리그에 합병돼 사명을 ‘큐리그 닥터 페퍼’로 변경했는데요. 이후 닥터페퍼는 콜라가 아닌 ‘다양한 맛을 띄는 간식 음료’로 브랜딩에 나섰습니다. ‘닥터페퍼 마시멜로우’, ‘닥터페퍼 팝콘’ 등 협업 제품을 선보이면서 긱슈머들의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성향을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내 닥터페퍼 매출은 148억 달러(약 20조 5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렇게 닥터페퍼는 부동의 2위 펩시를 제쳤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비버리지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닥터페퍼는 8.34%의 점유율을 기록, 무알코올 탄산음료 중 2위에 올랐습니다. 8.31%의 점유율을 기록한 펩시를 0.03%포인트 차이로 밀어냈습니다. 같은 기간 코카콜라가 19.1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2배가량 차이를 벌렸지만, 2022년에만 해도 닥터페퍼의 점유율이 8.22%, 펩시의 점유율이 8.57%였던 것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확실한 성과입니다. 1년 사이 0.37%포인트의 격차가 좁혀졌고요.


이러한 성장 배경엔 긱슈머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닥터페퍼를 적극적으로 알린 영향이 큽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당시 품귀 현상을 우려한 닥터페퍼 마니아들이 대거 사재기에 나서면서 SNS에 독특한 소비 방식과 레시피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한 미국 틱톡커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닥터페퍼에 피클을 넣어달라”고 주문하는 영상은 90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후 SNS에 ‘닥터페퍼 레시피 챌린지’가 이어졌고 각 식료품점에서 닥터페퍼 ‘품절 대란’이 발생했습니다.


유명 틱톡커와 인플루언서들이 자신만의 레시피를 적극적으로 공유한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닥터페퍼 피클 이외에도 아이스크림에 닥터페퍼를 섞어 먹는 ‘닥터페퍼 플로트’, 슬러시 느낌의 ‘닥터페퍼 프로즌’, 생크림과 우유 등을 첨가한 ‘더티 닥터페퍼’ 등 다양한 레시피가 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는데요. 가수 산다라박, 이채연 등 인기 연예인과 셀럽도 챌린지에 참여하며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닥터페퍼의 독창적 풍미와 매력은 Z세대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을 자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색다른 맛을 찾는 젊은 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해 MZ세대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닥터페퍼는 미국 시장에서 ‘스트로베리앤크림’ 맛을 출시한 데 이어 틱톡에서의 모디슈머(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소비자) 레시피 인기에 힘입어 ‘크리미 코코넛’과 같은 트렌디한 한정판 맛을 출시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를 의식한 코카콜라는 올해 2월 ‘코카콜라 스파이스드’를 출시하며 닥터페퍼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고 CNN은 짚었습니다.

한국 코카-콜라사도 국내에서 성장하는 제로 탄산음료 시장에 맞춰 제로슈거 제품을 출시했고, ‘닥터페퍼’ 오리지널과 ‘닥터페퍼 제로슈거’ 2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충성도와 독창적인 소비 방식이 화제가 되며 긱슈머들이 선택한 제품이 주류 시장으로 확산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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